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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지역 넘어 축구대동제 … “가자 8강” 전국이 설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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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그런데 이번엔 지영씨의 아버지가 먼저 “함께 가자”고 했다. 내성적인 어머니마저 나가고 싶어했다. 그만큼 ‘첫 원정 16강’은 국민 모두의 흥을 돋우고 있다. 지영씨는 25일 부모님의 붉은 티와 피리를 샀다. 그는 “만에 하나 지더라도 이번 월드컵은 가족과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다”며 “우리 가족 모두 남아공까지 기를 불어넣겠다”고 했다.

지난 12일 오후 그리스와 한국의 조별리그 1차전이 벌어질 때 서울 등에는 비가 내렸다. 하지만 5만여 명의 붉은 악마는 서울 시청광장에 모여 열띤 응원을 펼쳤다. 아래 사진은 이날 비옷을 입고 응원하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대한민국이 들떠 있다. 모두의 관심은 26일 밤 11시로 집중돼 있다. 단순한 응원이 아니다. 국민 전체가 어울리고 즐기는 대동제다.

유소년 축구단의 문성재(12·서울 양전초 6학년)군도 16강전을 기다리고 있다. 온 친척이 거리응원에 나서기로 했다. 어디서 응원할지, 무얼 입을지, 무얼 먹을지 결정하는 것부터가 즐거움이다. 성재군의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다. 가장 좋아하는 박지성과 호날두(포르투갈)의 포지션이다. 성재군에게 월드컵은 단순한 경기가 아닌 꿈이다. 언젠가 자신도 저 무대에 설 날을 그려본다. 성재군은 “2022년 월드컵엔 내가 주인공이 돼 있을 것”이라고 했다.

SKT 브랜드전략실 월드컵TF의 강욱(34)씨는 16강전 전날 집에 들어가지 못한다. 가족과 경기를 볼 수도 없다. 광고 전략 회의, 온라인 홍보 회의, 연예인 섭외 확인, 공연 회의 등 빡빡한 스케줄로 숨이 막힐 지경이다. 하지만 일을 할수록 힘이 난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더 많은 이가 응원 행사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오경화(38·여)씨도 16강전 전날 정신 없이 일했다. 한국이 승리할 때면 창고의 미지근한 맥주까지 동이 났다. 그래서 더 많은 물건을 준비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오씨뿐만이 아니다. 수많은 노점상, 가게 주인들이 한국팀의 승리와 함께 ‘16강 대박’을 꿈꾸고 있다. 스페인에서 여행 온 페페 로렌테(22)도 16강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한국인들이 실수한 선수의 이름을 부르며 응원하는 걸 보고 감동받았다”며 “한국은 에너지가 엄청난 나라다. 나도 한국의 16강전 응원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로렌테는 거리에서 1만원짜리 붉은 티도 샀다. 거리 응원의 좋은 장소를 잡기 위해 경기 시작 4시간 전에 미리 갈 계획이다.

의경으로 근무 중인 황득선(21)씨도 16강을 준비하고 있다. 응원이 아니라 응원단의 안전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경기에서 근무를 하느라 ‘대한민국’을 외칠 수 없었지만, 마음은 누구보다 뜨거웠다. 그는 “모두가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도록 16강전에도 대한민국 경찰이 출동한다”고 했다.

지방 곳곳에서도 거리 응원과 축제가 펼쳐진다. 허정무 감독의 고향인 전남 진도군에서는 26일 향토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600석)에서 응원전을 한다. 오후 9시30분부터 에어로빅과 꼭짓점 댄스, 벨리 댄스 공연 등을 관람하다 중계방송이 시작되면 응원에 돌입할 계획이다. 허 감독이 태어난 초상리 마을회관 앞에도 천막을 치고 주민 100여 명이 모여 응원한다. 진도군은 응원에 참여한 주민들에게 붉은 티와 풍선막대를 나눠줄 준비를 마쳤다.

송지혜·정선언·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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