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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그린 듯 보관 상태 좋아 초미의 관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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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호 09면

29일 서울옥션에서 ‘황소’ 경매를 진행할 박혜경(43) 에이트 인스티튜트 대표는 국내 최초의 여자 경매사다. 1998년 서울옥션 제1회 경매부터 지금까지 총 180여 회의 경매를 진행한 베테랑이다. 지난번 박수근의 ‘빨래터’ 경매도 그가 진행했다. 그는 “이번 주말을 지나야 윤곽이 잡히겠지만 (이번 경매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며 조심스레 기록 경신을 점쳤다.

‘황소’ 경매 진행하는 박혜경 에이트 인스티튜트 대표

-추정가가 35억~45억원이다. 어떻게 이런 가격이 나왔나.
“첫째는 시장가, 둘째는 소장자 생각을 고려해 정한다. ‘소’는 이중섭 대표작이면서 희소한 작품이다. 소의 분기탱천하는 기운이 잘 느껴진다. 10호 정도인데 이 정도 크기는 이중섭으로선 대작이다. 소장자가 분명하고 방금 그린 듯 보관이 매우 잘 돼 있다.”

-일반 공개가 38년 만에 처음이라는데.
“1972년 현대화랑이 서울 인사동에 전시한 후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소장자가 1955년 미도파 화랑 전시에서 구매한 이 화백의 그림 3점을 이 화백이 가족들에게 선물하고 싶어해 대신 가장 아끼던 ‘소’로 바꿔주었다고 한다. 이 화백은 1953년 통영에 거주하며 행복한 시절을 보냈는데 그때의 분위기도 반영돼 있다.”

-45억2000만원도 큰 돈이다.
“사실 40억원이면 웬만한 벤처 기업을 2~3개 살 수 있는 금액이다.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의 문제다. 우리 컬렉터들의 수준도 매우 높아졌다. 매년 30억 어치를 꾸준히 사시는 분도 계신다.”

-‘빨래터’ 경매는 어땠나.
“33억원부터 시작했다. 5000만원씩 올렸는데 패들이 계속 올라왔다. 당시 10분 이상 경합을 벌였다. 응찰자가 10명 이상 있어야 이렇게 갈 수 있다. 45억원이 되자 2000씩 가겠다고 했는데 4000을 안 따라오더라.”
현재 독립경매사로 일하며 미술시장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과정인 에이트 인스티튜트를 운영하는 박 대표는 “경기가 어려울수록 좋은 작품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며 “좋은 작품을 많이 보면서 안목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사진 에이트 인스티튜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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