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 大選서 손떼라" 노무현 특보 발언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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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이충렬(李忠烈·46)국제담당 정책특보가 미 백악관과 국무부 관계자 등을 만나 '한국 대선에 끼어들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주간 오마이뉴스 창간호가 보도했다.

이에 대해 盧후보의 유종필(柳鍾珌)공보특보는 30일 "그런 발언은 李특보의 생각일 뿐 盧후보의 인식과는 다르다"며 "그를 중징계할 방침"이라고 파문 진화에 나섰다.

柳특보는 또 "李특보의 미국행도 盧후보가 파견한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다녀왔을 뿐이며 방미 후 보고서에도 그런 내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李특보는 지난달 13일 워싱턴을 방문, 백악관 아시아국장·국무부 동아태분석관·국방정보부(DIA)아시아분석관 등을 만났다고 한다. 또 미 외교협회 한국팀 간사와 하원 공화당정책위 선임자문관, 전직 CIA 요원도 만났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李특보는 "내가 미국측에 핵심적으로 전달한 것은 '盧후보가 미 공화당 입맛에는 안맞겠지만 한국 대선에 끼어들 생각은 하지 마라. 한국 경선에서 손떼라'는 것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이 주간지는 보도했다.

李특보는 또 "盧후보의 미국 대처방식은 조선일보에 대한 대처방식과 유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盧후보에게 '조선일보와 싸우면 안된다'고 했지만 盧후보는 조선일보와 내놓고 싸웠고, 그 당당함 때문에 대중의 폭발적 지지를 받았다"면서 "당내 인사들이 미국을 빨리 방문하라고 하지만 盧후보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이 주간지는 보도했다.

이에 앞서 盧후보는 '언론국유화·동아일보 폐간' 발언을 했는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던 지난달 6일 인천 경선연설에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고 공격한 바 있다.

李특보는 또 "1945년에 미국 마음대로 38선을 그렸지만 이번에는 한국민들의 선택을 존중해 줬으면 좋겠다"고 미국측에 요구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李특보는 30일 자신의 발언이 문제가 되자 "오마이 뉴스측에는 그렇게 얘기한 것이 사실이지만, 실제로 미국에 전달한 내용은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충렬 특보=서울대 사회학과를 나와 재야개혁모임 사무차장을 역임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국제정치학을 공부했으며,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에서 전문위원으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盧후보의 대선캠프엔 지난해 초 합류했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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