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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국산 애니 큐빅스 방영시간 잦은 변경 '수모' 정치뉴스에 밀려 어린이 시청자 피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신문 속 TV편성표 한 귀퉁이엔 이렇게 쓰여있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사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음'. 급변하는 세상 소식을 신속하게 전하기 위해 편성은 수시로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긴급 편성으로 많은 사람들의 알 권리가 충족되는 한편으로는 그로 인해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보는 측도 생기게 마련이다.

지난 18일 SBS-TV에서 첫 방송이 시작된 애니메이션 '큐빅스'의 경우를 보자. '큐빅스'는 국산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8월부터 미국 전역에 방송됐으며 세계적인 화제작 '포케몬'과 시청률 1·2위 다툼을 벌였던 작품이다. 과연 '금의환향'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을지, 많은 애니메이션 관계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당초 예정된 시간은 오후 5시45분. 원래 만화영화 시간대다. 그런데 한나라당 경선 결과 보도가 이 시간대에 편성되면서 '큐빅스'의 방영시간은 오후 5시20분으로 앞당겨졌다. 평소대로 채널을 맞춘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이 작품을 볼 수 없었다. TNS미디어코리아가 조사한 첫날 시청률은 2.7%. 비슷한 시간대 KBS-2TV의 '매직키드 마수리'의 7~8%대에 크게 못미쳤다.

2회분(25일)은 제 시간대인 오후 5시45분에 방영됐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5월 2일과 9일엔 다시 한나라당 경선이 예정돼있어 오후 5시20분 방송된다.

SBS 관계자는 "방송을 못 보았다는 어린이들의 항의 전화가 많이 온다. 하지만 뉴스 보도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당연하다. 특히 정치의 계절에 신속한 뉴스보도는 방송의 사명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해 문화관광부로부터 영상만화대상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이 치르는 신고식 치고는 '혹독하다'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 와중에 '큐빅스'가 장난감 소품으로 등장했던 영화 '집으로…'가 관객수 2백만을 돌파했다는 소식은 반갑다. 그만큼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국산 컴퓨터 애니메이션 작품의 선두주자인 '큐빅스'가 국내에서도 인기를 몰아 디즈니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 날을 기대해본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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