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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 강국 미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미국에서 시트콤의 열기는 대단하다. '일본은 버라이어티쇼, 한국은 드라마, 미국은 시트콤'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TV에서 시트콤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미국에선 드라마보다 시트콤 편수가 더 많고 그 방청권을 얻기 위한 쟁탈전이 치열하다. '프렌즈''앨리 맥빌''프레지어''서드 락 프롬 더 선' 등은 한국인에게도 이미 친숙한 프로그램들이다.

시트콤의 폭발적인 인기 덕에 배우들은 최고의 대우를 받는다. 미국의 TV 탤런트 중 가장 좋은 대접을 받고 있는 배우는 '프래지어'의 켈시 그래머로 회당 출연료는 1백60만달러(약 20억원)에 이른다. 얼마전 미국의 인기 시트콤 '프렌즈'의 주인공 여섯명은 시즌9(아홉번째 시리즈)에 출연하는 대가로 회당 출연료를 각각 1백만달러(약 13억원)씩 받았다.

미국의 TV 시트콤은 또한 제작 과정이 철저하기로 유명하다. 총 20여편으로 구성된 한 시즌을 일반적으로 주당 1회만 편성하고 일년 중 나머지 기간에는 재방송을 한다. 시즌 전체의 대본을 촬영 전에 모두 만들어놓고 촬영시엔 배우의 동선을 하나하나 지시할 정도로 자세하고 치밀하게 제작에 임한다.

실제로 미국에서 성공적인 시트콤을 제작한 프로듀서들은 그 성공 비결로 ▶충분한 제작비 ▶탄탄한 시나리오와 훌륭한 배우의 확보 ▶고도로 훈련된 스태프와 그들간의 팀워크 ▶충분한 제작기간 등을 꼽고 있다.

반면 한국의 시트콤은 제작여건만 보자면 높은 완성도를 기대하지 못할 형편이다. 일일극을 만들기 위해선 하루하루 대본을 공급하느라 바쁘고 연기자는 며칠간 밤을 새워가며 촬영에 임해야 한다. 작품당 연간 2백40편의 시트콤이 양산되는 일일극은 미국식 방송 시스템에서라면 10년간 활용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분량이다.

매일매일 다른 이야기를 끊임없이 내놓다 보니 자연히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미국처럼 외계인·어린이·노인 등 다양한 주제의 독특한 시트콤이 나오려면 절대적인 시간과 제작기간이 필요하다.

시트콤 작가 김의찬씨는 "일주일분인 열가지 에피소드를 만들어내고 스토리를 엮으려면 거의 밤을 새울 만큼 시간에 쫓긴다"며 "그런 현실에서 최고급의 시트콤이 나온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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