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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설도 쇠는 한국 양력설만 있는 일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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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한국의 가장 큰 명절 중 하나는 설날이다. 그러나 일본은 같은 유교문화권이면서도 음력설을 지내지 않는다. 음력설도 평일과 같다. 대신 양력설격인 1월1일 '간탄(元旦)'이 큰 명절이다. 일본인들은 크리스마스부터 다음해 1월4~5일까지 연말연시 연휴를 즐긴다. 12월30일쯤이 되면 집앞에 새해를 맞이하는 장식소나무를 세우거나 설음식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고향을 찾는 사람들, 이런저런 물건을 사는 사람들로 붐비는 상가를 보면 한국의 설날 분위기와 같다.

일본도 19세기 중반 메이지(明治)유신 이전까지는 음력설을 지냈지만 이후 서구 문명을 빠르게 받아들이면서 음력설이 사라졌다고 한다.

일본의 급속한 서구화는 언어에서 가장 심하게 느낄 수 있다. 한국에도 영어·프랑스어 등 서양언어가 많이 정착했지만 일본은 아예 이를 토착화시켰다. 영어단어의 발음을 알아도 일본식 표현을 모르면 통하지 않는다. 미국의 햄버거 체인점인 맥도널드의 일본식 표현은 '마쿠도나루도'다. 일본에서 '맥도널드'라고 하면 모른다. 이같은 일본식 외래어가 엄청 많아 일본어를 공부하는 외국인을 어렵게 하고 있다. 또 일본 대도시에는 이탈리아·베트남·인도등 세계의 다양한 음식점들이 성업 중이다. 이 점을 들어 "일본은 살기 편한데 한국은 불편하다"고 말하는 외국인도 있다.

이렇게 보면 일본은 상당히 서구화된 나라 같은데, 새로운 문화에 폐쇄적이고 변화에 늦다는 인상을 받을 때도 많다. 일본 지방에서는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곳이 많다. 현금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꽤 큰 호텔인데도 인터넷 시설이 없는 곳이 의외로 많다. 외국인에 대한 폐쇄성도 아직 많이 남아있다. 지난해는 귀화한 미국인이 홋카이도(北海道)의 한 온천에서 입욕을 거부 당한 후 소송을 걸기도 했다. 이같은 일본의 양면성 때문에 종종 헷갈리는 것이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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