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게이트'보도 흥분보다 차분하고 객관적 자세 견지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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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한 주 동안 아들 없는 사람들은 '무아들 상팔자'라며 내심 흐뭇했을 듯싶다. 잡아당기면 끊임없이 풀려 나오는 실꾸러미처럼 비리의 끝이 어디인지 모르는 국민은 식상하면서도 두렵고, 불안해 하면서도 분노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아들 게이트'의 진상과 배경을 전달하는 데 매우 적극적이었고 이는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다만 야당을 비롯한 DJ 비판세력의 언사를 여과 없이 전달하거나(4월 23일자 4면 "DJ일가 비리 은폐 총본부"), 제목을 직설적으로 뽑음으로써 (23일자 4면 '청와대 몰아치기'·3면 '몰아붙이는 한나라', 26일자 3면 '홍걸씨 조인다') 신문도 덩달아 흥분한 듯한 인상을 준 것이 사실이다. 언론의 차분한 진실 규명과 객관적 자세야말로 한 정권에 대한 실망과 환멸을 넘어 국민이 이 사회에 대한 신뢰와 희망을 갖게 하는 '영원한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볼 때 차분하고 공정한 방송을 촉구한 미디어 전문기자의 칼럼 '핫 뉴스 방송할 때도 한 옥타브 낮춰야'(27일자 29면)는 신문에도 해당되는 충언이었다.

정치권 비리의 충격 속에서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전가구 소비실태 조사는 그야말로 설상가상이었다. 외환 위기, 기업 파산, 벤처 거품, 부동산 투기 등의 어둠 속에서 빈부격차는 무럭무럭 커지고 있었고 여기에 일부 기업인의 탈법적 재산 챙기기 (25일자 2면 '정몽원 전 한라회장 구속')까지 가세했던 것이다. 급속히 확대된 소득격차는 쉽게 치유될 수 없는 사회적 상처를 남겼으며 이제 우리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최대 과제의 하나가 됐다. 이처럼 중요한 통계를 경제 섹션 둘째면 하단에(26일자 34면, '하위 20% 소득 1백14만원 줄고, 상위 20%는 1천3백만원 늘어') 간략하게 다룬 것은 안이했다. 물론 이 문제의 중요성을 27일자 사설에서 짚어주기는 했지만 소득격차에 대한 심층 보도와 종합적 분석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중앙일보의 건강 섹션은 독자들에게 유용한 의학상식을 제공하고 실천 가능한 건강요법들을 친절하게 일러줌으로써 국민건강에 이바지하는 바가 클 것으로 생각한다. 23일자 53면 '암, 조기발견 최고무기는 초음파' 역시 건강 지침을 명쾌하게 정리해 독자들에게 전달했다. 환자나 피검사자가 정확한 의학상식을 가지고 검사와 진료에 응할 때 질병에 대해 더 효과적인 대처가 가능할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암 조기발견 5대 포인트'를 보면서 일말의 씁쓸함을 떨칠 수 없었다. 예를 들어 '걱정스런 부위는 전문가가 시간을 들여 해주는 심층적 검사를 받아라' '작은 종양을 공격적으로 확인하라' '의심스러울 때 두명 이상의 전문의와 상의하라' 등은 의료체계의 허술함을 개개인이 알아서 극복하라는 말로 들리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을 의료진이 지켜주고 국민은 어느 병원을 가든지 적절하고 심층적인 검사와 진료를 받을 수는 없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의약분업이 뒤뚱거리고 있는 이 시점에서 중앙일보의 의학 관련 기사가 국민을 위한 의료체계의 확립이라는 큰 화두를 더욱 단단히 붙들어 주기 바란다.

그래픽은 기사 이해에 큰 도움을 준다.하지만 그 수치가 기사 내용과 다르다면 신문의 공신력을 해칠 수 있다. '회전하면서 시속 1백8㎞ 넘어야'(25일자 55면)에서 바나나킥에 필요한 속도가 기사에는 1백8㎞였으나 그림에는 1백80㎞였다. 26일자 57면 '가계대출 급증'그래픽의 2002년 11월도 1월의 오기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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