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는 아직' 겨울잠' <부동산 투자회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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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지난해 7월 닻을 올린 리츠(부동산투자회사·REITs)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리츠시장이 이대로 주저앉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는 조만간 리츠 설립조건 등이 완화되면 리츠 투자의 매력이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으나 투자자들이 몰려들지 낙관할 수 없다. 리츠를 활성화하려는 정부의 의지는 강하지만 시장 상황은 녹녹지 않기 때문이다.

당초 지난달 마무리될 것으로 예고됐던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작업이 4월이 다 가는데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개정안은 ▶설립기준▶발기인 주식매각 제한▶자산처분 금지▶외부 차입금지 등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리츠 활성화에 자양분이 될 만한 조항이 많지만 부처간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부동산값이 많이 오른 점도 악재다. 부동산에 투자해 이득을 남겨야 하는 리츠 특성상 큰 수익을 기대하기가 힘들어진 셈이다. 주식시장에 돈이 몰리는 것도 리츠에는 좋을 게 없다. 아더앤더슨지씨에프 임승옥 상무는 "미국에선 리츠지수와 다우지수는 거꾸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며 "안전성이 장점인 리츠는 증시활황 때 소외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선발업체들이 불투명한 사업계획으로 투자자를 끌어모으려 했던 것도 리츠시장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고 전문가들은 꼬집는다. 그간의 공모 실적이 이를 보여준다. 일반리츠는 지난해 말 에이팩리츠의 공모 실패 이후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CR리츠의 경우 코크렙1호가 지난달 처음으로 주식을 공모했으나 1.62대 1로 겨우 자금을 채우는 데 그쳤다.

그러나 업계는 바닥을 탈출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설립·공모를 추진 중인 일반리츠는 코리아·SR·리츠뱅크 등이다. 에이팩리츠는 재공모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토지신탁이 참여한 K1-CR리츠도 조만간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보험업계가 이 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있는 것은 한 가닥 희망이다.보험사들은 주식·채권 이외에 리츠상품을 넣어 포트폴리오(투자자산 배분)를 짜고 있다. LG·동양화재와 금호생명이 코크랩 CR리츠에 출자했다.

교보·신한생명은 메리츠증권과 함께 CR리츠를 만들어 증권거래소에 상장까지 했다. 이밖에 삼성·동부생명 등 10여개 보험사가 리츠사 설립이나 자본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리츠=기관·일반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해 운용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기업구조조정용 부동산에 투자·운용하는 CR리츠와 업무용 빌딩·호텔·임대주택 등 일반부동산에 투자하는 일반리츠가 있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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