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소음잡기'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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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1면

회사원 박성순(48·서울 서초구 서초동)씨는 지난달 새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위층의 아이들 뛰는 소리 때문에 신경쇠약에 걸릴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빌라에 사는 김영수(51)씨는 욕실 배관을 타고 내려오는 소음 때문에 견디기 어려워 최근 집을 내놓았다.

소음이 주택의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내부 마감재 경쟁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따라 아파트 '소음 잡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마감재는 마음에 들지 않거나 낡으면 뜯어고치면 되지만 소음은 잘못 시공하면 바로잡기 어렵기 때문.

◇철골조아파트가 더 문제=대림산업의 자체 보고서에 따르면 철골조아파트는 강도는 좋으나 진동과 층간 충격음이 문제로 지적됐다. 철골을 따라 소리·진동을 전하는 정도가 일반 아파트보다 높아 입주 후 소음에 관한 민원이 많다는 것.

대림산업 박정일 부장은 "철골조는 경량칸막이를 쓰는 경우가 많아 소음에 약하다"며 "선진국에서도 고급 주상복합아파트는 철골조가 아닌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시공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일반아파트 중에서도 부실시공으로 소음이 심각한 단지가 적지 않다. 서울 강남권 A아파트는 층간·벽체간 소음이 심해 이사하는 주민들이 있지만 집값 하락을 걱정해 이런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쉬쉬하는 분위기다.

◇정부·업계,"소음 잡아라"=삼성물산 주택부문은 소음 지표를 수치화한 소음 저감형 아파트를 개발해 지난해부터 서울·용인 등에서 짓고 있는 아파트에 적용하고 있다.

이미 4년 전에 층간 소음방지공법을 개발한 대우건설은 욕실·계단실·세탁실·승강기소음을 줄이는 수준까지 공법을 개선했다.

대림산업이 만든 라이프크레이팅팀도 소음 방지를 통해 질 높은 아파트를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아파트 층간 두께를 1백50㎜ 이상으로 하도록 했다.

현행 법규는 구체적인 소음방지 기준을 명시하지 않아 층간 바닥슬래브를 얇게 시공하는 사례가 잦은 것에 따른 것이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분양가 자율화 이후 공급한 새 아파트들이 속속 입주하면서 소음 정도에 따라 아파트의 가치가 차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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