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대세론… 부동산 시장 안절부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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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7면

금리인상이 부동산 시장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 1년간 부동산값 상승은 ▶정부의 부양책▶수급상황▶재건축아파트 붐 등 여러 요인이 있으나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저금리였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여윳돈이 아파트·오피스텔·토지·상가 등을 오가며 부동산 시장의 오름세를 이끌었다.

그러나 최근 경기 회복세가 빨라져 과열 논쟁이 일자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의 기조를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은 시기와 폭의 문제만 남겨두고 있다.

금리 상승이 부동산 시장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린다.

낙관론자들은 금리 상승 폭이 크지 않을 것이므로 부동산 시장의 대세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분양전문업체인 ㈜MDM 문주현 사장은 "금리가 과거처럼 두 자릿 수로 오를 가능성은 작기 때문에 부동산에서 급격히 돈이 빠져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가 좋아지면 국민소득이 늘어 부동산 구매력도 증가하므로 인기지역은 값이 추가로 오를 것이란 견해도 있다.

부동산개발업체인 ㈜신영 정춘보 사장은 "비수기로 접어들면서 부동산시장이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으나 현재의 금리 수준만 유지된다면 오름세는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서울은 집과 택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상승 여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금리 상승으로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가 꺾일 것이란 관측도 많다. 금리 인상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 곳은 주택업계다.

아파트·오피스텔 등을 분양할 때 분양가의 상당 부분을 무이자로 대출해준 업체로서는 금리가 오른 만큼 이자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형업체 한 관계자는 "금리가 2% 오르면 대략 아파트 사업비의 1% 정도가 업체의 추가부담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이는 프로젝트 성패를 가를 수도 있다"며 "미분양아파트 해소에 무이자 융자가 효자노릇을 하고 있으므로 금리인상 타격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담보 대출자도 피해를 볼 것 같다.초저금리를 예상하고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받은 사람들의 부담이 커졌다. 최근 아파트 담보대출 이자는 은행·조건·물건별로 차이는 있지만 연 6.1~6.9%선이다.

대부분 3개월 변동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부담이 그대로 전해진다. 2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면서 1억원을 대출받았다면 연간 6백50만원 정도를 이자로 냈지만 이자가 2%만 오르면 8백만원대로 뛰어오른다. 중도금 대출시장이 위축되고 아파트 거래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아파트·오피스텔 등의 입주 물량 증가와 정부의 시장 안정책 등이 금리 상승과 맞물려 부동산시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한번 오른 부동산값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상승세는 진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성종수·김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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