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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 김지하씨 정지용문학상 수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시인 김지하(金芝河·61)씨가 '제14회 정지용(鄭芝溶)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국 현대시에 모더니즘이라는 새로운 경지를 연 정지용 시인의 탄생 1백주년을 맞은 올해 대표적 참여시인인 金씨가 이 상을 받게 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金씨는 "정지용 선생이 태어난 지 1백년이 되는 해에 그 분을 기리는 상을 수상하게 돼 기쁨보다는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고 말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시로 접한 이래 40년이 넘도록 그 분은 내내 두려운 존재였다"고 덧붙였다.

수상작은 김씨의 시 '백학봉(白鶴峰)·1'이다.

"멀리서 보는/白鶴峰//슬프고/두렵구나//가까이서 보면 영락없는/한 마리 흰 학,//봉우리 아래 치솟은/저 팔층 사리탑//고통과/고통의 결정체인/저 검은 돌탑이/왜 이토록 아리따운가/왜 이토록 소롯소롯한가//투쟁으로 병들고/병으로 여윈 지선(知詵)스님 얼굴이/오늘/웬일로/이리 아담한가/이리 소담한가//산문 밖 개울가에서/합장하고 헤어질 때/검은 물위에 언뜻 비친/흰 장삼 한자락이 펄럭.//아 이제야 알겠구나/흰 빛의/서로 다른/두 얼굴을."(전문)

金씨는 "지용 선생의 시 '백록담'은 그 눈부신 청정함에서 어떤 시와도 견줄 수 없다. 특히 '백록담'과 '구성동'을 관통하는 '흰 그늘' 이미지는 내가 요즘 생각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지난 60여년 동안 내 인생은 한마디로 떠돌이였습니다. 나를 꿰뚫은 것은 떠나온 고향에 대한 아픈 향수였죠. 그리고 그 향수는 내 존재의 방에 대한 타는 목마름이었으니 그게 바로 지용 선생이 말한 '흰 그늘'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金씨는 유신 독재에 항거하다 8년여 동안 투옥생활을 했으며 『황토』『타는 목마름으로』『오적』 등의 시집을 내 분단 후 한국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자리잡았다.

시상식은 다음달 6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서울 지용제' 행사를 겸해 열린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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