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프로그램 학습법 로열티 받고 수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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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국내 학습지 시장은 곧 포화상태에 이릅니다. 사반세기 동안 쌓아온 회사 역량을 이제 해외시장 개척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올해로 창업 25주년을 맞는 재능교육의 박성훈(57·사진)회장은 인생의 두번째 도전을 '스스로 학습'시스템의 수출에 걸었다.

"우리가 개발한 토종 학습법이 콧대 높은 미국인들에게 로열티를 받고 팔려나가는 게 신나지 않습니까."

이렇게 말하는 그는 25년 전 '셈본'수준에 그쳤던 학습지 시장에 당시론 낯선 프로그램 학습법을 도입하겠다고 덤벼든 '첫 도전'의 열정을 되살리는 표정이었다.

재능교육은 이미 미국·중국·캐나다·호주 등 7개국에서 1만여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해외진출을 서두르는 국내 동종업계에서 가장 앞서있다. 아직은 교포 2, 3세가 회원의 다수지만 현지인 비중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은 朴회장이 가장 공들이는 시장이다. 4천4백만명에 이르는 미국 내 유아·초등학생의 5%만 잡아도 2백20만명의 회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는 "2010년까지 이 목표를 이루고야 말겠다"고 결의를 보였다. 재능교육은 미국에서 1백여곳의 '러닝센터'(공부방)를 운영하고 있다.

朴회장이 학습지 사업에 뛰어든 것은 미국에서 경영학석사(MBA)공부를 한 것이 계기가 됐다. 교과과정에 맞춘 획일적 교육만 받다가 학생 수준에 맞춘 프로그램 학습법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귀국 후 짧은 대기업 직장생활을 접고 1977년부터 교재연구에 들어갔다. 사업 초기 회사를 일단 꾸려나가려고 가방공장과 수입오퍼상을 겸했지만 여의치 않아 집까지 파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오늘날 무차입 경영을 고집하는 것도 사업초기 하도 빚에 시달린 악몽 때문이다.

"그렇게 고생스러울 줄 알았으면 시작하지 않았을 거예요. 교재 개발에 들어간 지 4년 만에 겨우 유아용 수학 교재가 나왔죠."

'스스로'시리즈가 히트치면서 82년 2천명이던 회원 수는 현재 80여만명으로 늘었다.

그의 집무실 벽은 책으로 가득하다. 상당수는 각종 교육 이론·철학에 관한 것이다.

회사 경영은 전문경영인인 장중웅 사장에 맡기고 본인은 외국서적을 찾거나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면서 교재연구에 골몰한다.'지식을 수출하는 기업가'소리를 듣는 게 그의 꿈이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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