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피海 '황금분할' 묘안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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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러시아·카자흐스탄·투르크메니스탄·아제르바이잔·이란 등 카스피해 연안 5개국 정상들이 23~24일 투르크메니스탄의 수도 아슈가바트에 모여 10여년째 끌어온 '카스피해 분할' 문제를 본격 논의했으나 합의도출에 실패했다.

5개국 정상들은 이틀간 무릎을 맞대고 카스피해를 어떻게 나눌지 고민했지만 입장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면적 37만여㎢의 세계 최대 내해(內海)인 카스피해는 2천6백80억배럴의 원유와 4백75조 입방피트의 천연가스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석유의 보고'로 페르시아만·시베리아와 함께 세계 3대 유전지역의 하나로 꼽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하루 원유생산량(2천5백만배럴)을 기준으로 30년간 인류가 써도 될 막대한 양이 이곳에 묻혀 있다.

◇분할 이유=소련 시절엔 소련과 이란이 1921년과 40년 체결한 조약에 따라 분할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다.

그러나 91년 소련이 붕괴하고 카자흐스탄 등 카스피해 연안국들이 독립하면서 해상국경을 정리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난해 6월 아제르바이잔이 브리티시 페트롤륨(BP)사와 함께 유전탐사 작업을 벌이던 중 이란이 군함을 몰고 와 탐사작업을 방해하는 일까지 있었다.

연안국가들은 피폐한 경제를 살리고자 유전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석유 생산량을 늘리려 하고 있어 해상국경이 획정되지 않는다면 연안국간 분쟁이 잇따를 수밖에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3일 회담에서 "연안국들의 부(富)와 관련된다는 점에서 국경을 조속히 결정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카스피해 석유의 안정적 수송을 위해 송유관 추가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미국이나 메이저 정유회사들 역시 이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분할방법 이견=러시아·아제르바이잔·카자흐스탄 3개국은 각국의 해안선 길이에 따라 카스피해를 분할하는 방안을 끈질기게 주장하고 있다. 이럴 경우 각각 12%를 할당받게 되는 이란과 투르크메니스탄은 "5개국이 공평하게 20%씩 나눠가져야 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은 "소련 당시 체결된 조약에 따르면 카스피해 면적의 50%는 우리 것"이라며 한치도 양보할 뜻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은 "당장 최선안을 도출해내긴 힘들겠지만 서로 인내하면서 한발짝씩 분할문제에 접근하고 있다"고 회담의 의의를 설명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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