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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 쓴약 먹고 옛 명성 되찾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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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남광토건의 경영 정상화를 계기삼아 국내 최고급 건축·건설 회사로 거듭나겠습니다."

쌍용그룹 계열 쌍용건설·남광토건 두 건설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인 김석준(사진)회장은 요즘 틈날 때마다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건설사로서의 명성을 되찾자"고 임직원들을 독려한다.

金회장의 이같은 주문은 1999년 경영난으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쌍용·남광 두 회사가 회생의 궤도에 올라서면서 시작됐다. 남광토건은 이달 초 건설업계에선 최초로 워크아웃에서 졸업했다. 쌍용건설도 지난해 흑자 경영으로 돌아섰다.

"남광은 3년 연속 1백억원대의 순익을 냈고, 쌍용도 지난해 6백70억원의 순익을 남기는 등 빠른 속도로 정상화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차입금으로 인한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쌍용건설의 경우 2000년에 1천억원의 금융비용을 부담했지만 차입금을 대폭 줄여 지난해에는 금융비 부담을 4분의1로 줄이고 2천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83년 쌍용건설 사장에 취임한 金회장은 쌍용자동차 회장과 그룹회장을 맡았던 4년(94년 1월~98년 3월)을 빼곤 줄곧 건설만 해왔다.

IMF 위기 때 자신의 손으로 구조조정을 했고, 워크아웃을 거쳐 회사를 정상화 문턱까지 끌어온 감회도 남다르다.

그는 "당시 두 회사의 직원을 절반 가량 내보내고 자산을 매각하는 등 고통스런 구조조정 과정이 뒤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워크아웃이 나와 임직원들에게 큰 고통이었지만 그동안의 경영에 문제는 없었는지 되돌아보는 등 보약도 됐다"고 한다.

무엇보다 金회장은 '투명한 입찰'을 정착시킨 것을 가장 큰 성과로 꼽는다. "하청업체 선정 등 입찰 때엔 모든 업체 관계자들을 제 사무실로 불러 공개적으로 진행해 공정성 시비를 없앴습니다."

몸도 크게 낮추었다. 현장이 있는 곳이라면 국내외 가릴 것 없이 찾아갔다. "힘든 상황에서도 동요 없이 현장을 지켜준 임직원들의 헌신과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찾은 것이 경영 정상화에 큰 힘이 됐다"고 金회장은 강조했다.

金회장의 요즘 최대 관심 사항은 고급화와 차별화 전략이다."지난해 까다롭기로 소문났던 서울 청담동의 루이뷔통 한국 본사 리모델링 공사를 1백억원에 수주하는 등 그간 국내외에서 특급호텔 객실 1만개,병원 병실 7천개 등을 따내 최고급 건축물 전문 회사라는 점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한편 金회장은 쌍용건설이 시공한 괌의 로열팜 호텔이 93년 강진(强震)으로 건물 일부가 무너져 배상을 하게 된 데 대해 "재판 과정에서 회사의 책임이나 배상 규모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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