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원 중도교체 파문 독립성 문제로 번질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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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금융통화위원의 중도 교체 문제를 놓고 파문이 커지고 있다.

지난 17일 강영주 금통위원이 증권거래소 이사장에 내정되면서 비롯된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닌 금통위의 독립성 문제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노조는 姜위원의 교체 철회뿐 아니라 금통위원 추천제도 자체를 고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이 동조하고 나섰고, 지난 23일에는 한은 전직원이 가세했다.

◇금통위 역할과 위상=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신용정책을 수립하고 한은의 운영에 관한 주요사항을 결정하는 정책결정기구로 의장인 한은 총재와 각 기관이 추천한 6명의 위원 등 7명으로 구성된다.

1998년 상근직이 된 4년 임기(첫해 세명은 2년 적용) 위원들은 한은·재경부·금융감독위원회 및 세 곳의 민간 경제단체(증권업협회·은행연합회·상공회의소) 추천에 의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매월 첫째 목요일에 그달의 콜금리를 결정하는 등 국민경제 전반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을 결정하기 때문에 금통위는 합의제로 운영된다. 그런 만큼 금통위는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도록 독립성을 지니는 게 필수적이다.

경희대 권영준(국제경영학부)교수는 "금통위가 성장 지향 시대의 사고에서 못 벗어나 그동안 금융통화정책의 중립성을 간과해 왔다"며 "요즘 금융자산 가격의 급등 현상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어 어느 때보다 금통위의 독립적인 금리 정책이 절실한 때"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배경과 전망=한은은 그동안 금통위에 재경부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불만을 품어 왔다. 98년 금통위가 구성될 때는 재경부 출신이 두명이었으나 현재는 세명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이는 민간단체 추천 몫인 세명의 위원 임명에도 재경부가 영향력을 행사한 결과라는 게 한은의 시각이다.

여기에 재경부 몫으로 금통위원이 돼 4년의 임기 중 절반을 남긴 姜위원이 중도 교체되는 일이 벌어지자 한은 직원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한은 노조는 姜위원의 중도 교체는 재경부가 인사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재경부는 "姜위원이 개인적으로 거래소 이사장 공모에 응한 것일 뿐이며, 姜위원은 재경부의 추천에 의해 임명됐기 때문에 후임자도 재경부가 추천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 사태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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