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得失계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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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노무현(武鉉)후보가 23일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과 김영삼(金泳三·YS)전 대통령의 아들 문제를 언급했다. SBS 라디오에서다. 전·현직 대통령의 아들들에 대한 후보의 접근엔 미묘한 차이가 느껴졌다.

후보는 'YS가 차남 현철(賢哲)씨의 정계 진출을 도와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YS와 만나면 작은 인간적인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결코 외면할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현철씨의 정계 진출을 YS와의 '인간관계' 차원의 문제로 정리하면서 협력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단 후보는 "한국 정치의 올바른 구도, 지역정치 극복 등 대의가 실린 부분에 대해 먼저 말씀을 나누고, 이 문제가 풀려 국민이 기분이 좋아야 한다"고 전제했다. 지방선거에서 영남권을 공략하려면 YS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실제 후보는 YS 측근인 홍인길(洪仁吉)전 의원과 골프 회동을 했고, 부산시장 후보 영입 대상군에 민주계의 문정수(文正秀)전 부산시장을 포함하는 등 YS와의 제휴에 승부를 걸고 있다.

그러나 당장 현안으로 떠오른 DJ의 아들들에 대해서는 거듭 "검찰에서 원칙대로 잘 처리하면 된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검찰의 손을 빌려 난제를 털고 가겠다는 뜻이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DJ와의 차별화를 피하면서 여론을 거스르지 않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문제는 검찰 수사에도 불구하고 여론이 들끓게 될 경우다. 후보 측은 검찰 수사의 축소·은폐 의혹이 제기될 경우 '홍삼(弘3)'문제에 대한 특검제 도입에 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두둔할 명분도, 역풍을 피할 방법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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