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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가짜 티켓 비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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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金모(49)씨는 지난 2월 말 황당한 일을 당했다. 중국인과 중국동포들 사이에서 웃돈 거래가 되는 월드컵 중국 경기 입장권을 대량 구입해 팔려고 브라질 동포 張모(39·여행사 직원)씨에게 4천7백만원을 주고 구입한 입장권 1백장분의 구입신청서가 위조된 것으로 밝혀진 것.

서울 강남경찰서는 張씨가 서울 모 은행에 비치된 중국팀 경기 입장권 구입신청서 20장(입장권 2백20장분)에 도장가게에서 제조한 은행 일련번호와 수납 도장을 찍어 입장권이 구입된 것처럼 위조한 것으로 밝혀내고 같은달 26일 張씨를 사기 등 혐의로 구속했다. 또 서울 경찰청 외사과는 지난달 29일 고액 배당을 미끼로 월드컵 중국 경기 입장권 구입투자자를 모집해 1억여원의 투자금을 챙긴 혐의(사기)로 鄭모(51·무직)씨 등 3명을 구속했다.

鄭씨 등은 서울 용산에 유령회사를 차린 뒤 "월드컵 중국경기 입장권을 가진 중국동포는 비자 없이 국내 입국이 되기 때문에 이를 비싸게 사려는 사람들이 많다""이를 팔아 배당금을 주겠다"며 成모(36·여)씨 등 투자자 11명에게 모두 1억1천만원의 투자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다.

월드컵을 앞두고 입장권 관련 범죄가 적지 않게 발생하면서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경찰 관계자는 "한국 및 중국팀 경기 입장권이 인터넷과 중국동포 사이에서 5~10배의 가격으로 비싸게 암거래되자 컴퓨터 스캐너 등으로 구입증명서를 위조해 파는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국내 여행사와 중국에 교역하는 무역업체들 사이에 웃돈을 주고라도 중국팀 경기 입장권을 구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 월드컵 개막이 다가올수록 입장권 관련 범죄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중·일 경찰은 23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 힐튼호텔에서 월드컵 입장권 위·변조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한·중·일 인터폴 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 참석한 우리 경찰 관계자는 "중국인들이 위조된 입장권을 구입해 국내에 입국하지 못하는 등의 상황이 우려된다"며 "FIFA와 한·중·일 경찰이 관련 정보를 수시로 교환하는 등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홍주연·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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