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애니 '폴라 익스프레스'…'산타를 찾아' 북극 대모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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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일본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 같은 문명비판은 없다. 대신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 같은 아슬아슬한 모험이 펼쳐진다. 나이가 들면서 점차 잊어버리는 어린 시절의 꿈을 회복한다는 주제 의식은 '은하철도 999'와 비슷하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폴라 익스프레스'를 두고 하는 말이다.

'폴라 익스프레스'는 북극행 특급열차를 가리킨다. 북극은 산타클로스(산타)가 사는 곳. 최근 개봉한 영화 '엘프'처럼 이곳에선 작고 귀여운 요정들이 성탄절을 맞은 세계 어린이들에게 나눠줄 선물을 꾸리고 있다. 세상과 타협한 어른들이라면 코웃음을 칠 얘기. 하지만 그런 '동화'가 있기에 오늘도 아이들은 침대 옆에 양말을 두고 잠든다.

영화 속의 열차는 '특급'답게 대단한 성능을 보여준다. 하늘로 치솟다가 순식간에 땅에 떨어지기를 반복하고, 얼음판을 레일 삼아 미끄러지듯 질주한다.

산타 나라 요정들도 만만찮다. 하늘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와 대형 크리스마스트리에서 떨어진 별을 다시 제자리로 올려놓는 기술은 웬만한 곡예사, 혹은 특전단원도 울고 갈 일이다.

'폴라 익스프레스'는 이처럼 화려한 모험으로 겉을 두르고, 속으로는 꿈.믿음.신뢰.우정 등의 보편적 가치를 얘기한다.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산타를 믿지 않게 된 소년이 다시 '산타의 실존'을 확인하게 된다는 줄거리다.

열차에 동승한 잘난 척하는 소년, 남을 잘 보살펴주는 흑인 소녀, 선물 한번 받아본 적 없는 가난한 소년 등 여러 인물을 통해 어른들은 흔히 부정하는, 하지만 그것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랑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운다.

'할리우드의 명콤비'인 톰 행크스와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미국 작가 크리스 반 앨스버그의 원작 동화를 역동적인 영상에 담아냈다. 화면 전체를 실제 배우들의 연기를 디지털로 합성해 만든 까닭에 각 캐릭터의 동작이 자연스럽고, 얼굴 표정도 섬세하다. 24일 개봉. 전체 관람가.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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