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일 “아내 얼굴 떠올랐다” 차두리 “아버지가 생각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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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허정무 감독(왼쪽)과 차두리가 경기 후 첫 원정 16강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더반=연합뉴스]

23일(한국시간) 나이지리아와의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터프가이’ 김남일의 눈시울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태연한 척하려 했지만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 그는 “역적이 될 뻔했다. 대한민국 축구 역사에 좋지 않은 획을 그을 뻔했다. 그래서 실수를 만회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한국을 16강에 오르게 한 후배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심정이 어땠느냐’는 질문에 “아내 얼굴이 떠올랐다. 정말 울 뻔했다”고 답했다. 김남일은 후반 19분 수비 강화를 위해 교체 투입됐다. 허정무 감독은 2-1로 앞서자 승리를 굳히기 위해 큰 경기 경험이 많고 수비가 강한 김남일 카드를 꺼낸 것이다. 그러나 그는 투입된 지 3분 만에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오바시에게 볼을 빼앗겼다. 그러자 김남일은 다시 볼을 뺏으려다 백태클을 했고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결국 그 페널티킥 때문에 2-2 동점이 됐다. 노련한 그답지 않은 실수였다. “그는 안정적으로 볼을 처리했어야 했고 하지 않아야 할 태클이었다. 나의 실수였다”고 말했다. 동료들이 위로했지만 죄책감은 지울 수 없었다. 그는 남은 시간 내내 가슴속으로 울면서 뛰었다. 김남일은 오늘 승리와 2002년 승리 중 무엇이 더 기쁘냐는 질문에 “폴란드전 첫 승, 16강, 8강 승리 모두 기뻤지만 오늘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김남일의 부인인 아나운서 김보민씨의 홈페이지는 일부 네티즌들의 악플에 시달렸다. 김보민씨는 KBS 아침마당에 출연해 “실수도 했지만 경기 중 다른 선수들에게 좋은 공도 많이 줬다”며 “팬들께서 잘해도 못해도 격려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16강에 오르지 못했다면 차두리도 맹비난에 시달릴 뻔했다. 경기 전 차범근 SBS 축구해설위원은 “우리 아들이 상대 우체를 꼼짝 못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전반 12분 오디아가 오른쪽 엔드라인에서 올린 패스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차두리는 뒤에서 따라오던 우체를 보지 못했다. 우체는 선제골을 넣었다. 차두리는 망연자실하며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차 위원도 잠시 말을 못하다가 “차두리가 선수를 놓쳤어요. 차두리가 뒤쪽에서 (우체가) 오고 있는 것을 못 봤어요”라고 했다. 차두리는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공수를 오가며 활발하게 뛰었다. 차두리는 경기 후 “선제골을 내준 뒤 대단히 힘들었다. 아버지가 생각났다”면서 기쁨과 안도가 뒤섞인 눈물을 흘렸다. 더반=이정찬 기자 Sponsored by 뉴트리라이트, 한국축구국가대표팀 공식건강기능식품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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