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경제 view &

ICT 4대 트렌드 … 그중 제일은 ‘사람’이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변화의 첫 번째 트렌드는 ‘융합(convergence)’이다. 의료·건강·교육·관광 등 대부분 서비스가 ICT와 융합해 발전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융합의 방향이 사용자에게 새로운 해결책이나 가치를 찾아주는 쪽으로 선회한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주는 ‘검색 엔진’이 점차 퇴조하고 ‘두 엔진(Do engine)’이 대안으로 나오는 것이 좋은 예다. 사용자가 여러 정보를 검색하고 원하는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스스로가 다양한 정보를 검색하고 이들 정보를 융합해 사용자가 원하는 결과를 찾아 명령까지 수행한다. 가령 주변의 소문난 일식집을 검색하면 ‘두 엔진’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우면서 검색자가 종전에 자주 찾은 정보들을 융합해 특정 식당에 예약까지 해준다. ‘융합의 자동화’ 경지에까지 이른 것이다.

두 번째 트렌드는 ‘스마트(smart)화’다. ICT가 똑똑해지면서 종전엔 찾지 못한 능률과 가치를 새로이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IBM은 ‘스마트 시티’라는 기치를 내걸고 교통·운송·전력시스템과 상·하수도 등을 디지털화해 도시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우리나라 정부도 효율성 있는 전력망을 건설하는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를 포함해 20여 가지 ‘스마트 SOC’ 사업을 국책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머지 않아 똑똑한 기계가 반란을 일으켜 인간을 지배하는 할리우드 공상과학 영화 같은 일이 현실로 다가올지 모른다.

세 번째는 ‘열린 혁신(open innovation)’이다. 한때 미국의 벨연구소나 항공우주국(NASA) 같은 곳은 세계 최고의 극비 신기술의 제조창으로 명성이 높았다. 하지만 정보의 보편화로 요즘은 원자폭탄 설계도조차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시대다. 은밀한 ‘닫힌 혁신(closed innovation)’은 빛을 잃어가고 있다. 이에 비해 애플이나 구글이 전 세계 개발자에게 문을 활짝 열어 젖혀 수십만 개의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게 한 것은 열린 혁신의 힘이라 할 수 있다. 사용자 스스로 참여해 해결책을 찾는 인터넷의 해결사 위키피디아는 ‘한 사람의 천재보다 1억 명의 보통 사람이 더 똑똑하다’고 단언한다. 모든 기술을 혼자 끌어안고 있기보다 열린 혁신에 기대는 것이 훨씬 유리한 시대다.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트렌드는 ‘인간 중심주의’다. 애플 아이폰이 한동안 다른 스마트폰을 이길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감탄할 정도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다. 모든 제품이나 서비스에 인간 중심의 감성적인 면을 부각시킨 것이다. 이런 점의 백미는 세상을 풍미하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이라 할 수 있다. 트위터는 소위 ‘추종자 (follower)’들과 온갖 정보와 뉴스를 주고받으며, 개개인이 거대한 네트워크의 주인이 되게 만드는 마력을 지녔다. 중심점에서 주변으로의 ‘위계적 소통‘이 아니라 가입자 하나하나가 누구하고나 소통하는 ‘분산 소통’을 하기 때문이다. 트위터는 수억 명의 가입자들과 그들의 추종자들이 열린 네트워크로 묶여 빠르게 정보를 교환하는 새롭고 거대한 정보마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래의 불확실성이 모험이나 도전의 최종 심판관은 아니다. 미래는 스스로 만들어 가는 자의 것이다. ‘정보기술(IT) 강국의 꿈’은 누구나 꿀 수는 있지만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것은 미래를 먼저 잡는 자에게 열려 있다.

이상철 LG텔레콤 대표이사 부회장

◆이상철(62) 통합LG텔레콤 부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미국 듀크대에서 공학 박사를 받았다. KT 사장, 정보통신부 장관, 광운대 총장 등 기업·정부·학계를 두루 거친 대표적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최고경영자(CEO)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