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삶에 숨은 인생의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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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펜과 잉크를 이용한 수채화풍의 삽화가 먼저 파란 하늘을 펼쳐 보여준다. 소년의 눈길은 그 하늘을 향해 있다. 인생의 비밀이란 건 도대체 뭘까, 저 하늘 아래 어디쯤에서 찾을 수 있을까.

동화책 『넓은 하늘 아래』는 그렇게 간결한 그림과 글이 어우러져 삶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자신이 죽기 전에 인생의 비밀을 찾아와야만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할아버지의 말씀에 소년은 큰 부자가 될 거라는 부푼 꿈을 안고 길을 떠난다.

자동차·나무·농부·사다리·바다·거북 등 수많은 사물과 사람들을 만나지만 한결같이 인생의 비밀이 뭔지는 모르겠다고 말한다. 대신 소년에게 충고 한마디씩을 친절하게 건넨다.

"아무리 멀리 떠나와도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항상 기억해야 돼."

"언제나 땅에 뿌리를 단단히 내려야 해. 안 그러면 변화의 바람이 너를 넘어뜨리고 말 거야."

"씨앗을 심고 돌보듯 네 생각을 키워 보려무나. 얼마 안 가서 싹이 트고 자라나 그 열매를 거둬들일 수 있을 거야."

"올라갈 때는 발판을 확실히 딛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너 자신이 넓은 바다고 나쁜 일들은 파도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렴. 그러면 나쁜 일들이 파도처럼 곧 지나갈 거야."

"서두르지… 말도록… 해. 언젠가는… 발견하게 되니까."

소년은 어느새 청년이 됐지만 인생의 비밀을 찾는 여정은 끝나지 않는다. 길을 나선 지 11년 12일 22분하고 36초. 유럽·아시아·아프리카·남북 아메리카 등 전세계를 헤매던 청년은 결국 집으로 돌아가 할아버지께 고백한다. 인생의 비밀은 결국 찾을 수 없었노라고.

"넌 이미 그 해답을 찾아낸 거다. 인생의 비밀을 찾아 헤맨 너의 여정이 바로 인생의 비밀이란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서 네가 배운 모든 것들은 네가 보람있고 풍요로운 인생을 즐기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이지."

할아버지의 대답에 미소짓는 청년. 큰 재산을 받게 될 거란 욕심도 감출 수 없다. 그럼, 그 재산은 어떤 것일까. 어디에 있는 걸까.

남아프리카 출신의 작가 트레버 로메인은 간단한 스토리 구성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유머가 들인 경구 같은 글들이 주는 여운은 길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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