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빚 위험수위… 韓國 플라스틱 버블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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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국의 최대 채무자는 더 이상 재벌이 아니다. 신용카드 사용자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무자격자에게도 신용카드가 마구 발급되고 그로 인해 늘어난 카드빚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고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4월 20일자)가 보도했다. 이 잡지는 한국의 신용카드 빚문제를 다룬 기사의 제목을 '플라스틱 버블'이라고 붙였다. 신용카드의 별칭인 '플라스틱 머니'에 심각한 거품이 끼고 있다는 뜻이다. 다음은 이 기사를 요약한 것이다.

1998년 이후 한국의 신용카드 사용액은 매년 90%씩 늘어 지난해엔 4백43조원에 달했다. 미국 컨설팅회사인 매킨지에 따르면 한국 사람들은 2년 전만 해도 1인당 평균 1.8장의 카드를 갖고 있었으나 지난해에 4장으로 늘어났다.

신용카드 사용 증가는 세금공제 혜택이 결정적으로 기여했지만 카드회사들의 유치경쟁도 한몫 했다. 카드사들은 길거리에서 소득이 없는 젊은이들에게도 카드를 발급해줬다. 수입이 없는 이들은 신용카드를 주로 현금 차입 용도로 썼다. 그 결과 전체 카드 사용액의 60%가 현금서비스라는 기형적인 구조가 탄생했다.

여기에 주택구입 등을 위한 가계대출이 올 들어 12% 증가했다. 현재 가계대출 규모는 3백50조원으로 금융기관 전체 대출액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한국의 가계부채 규모는 올해 말 국내총생산(GDP)의 70%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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