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희망의 현장 <3>두원공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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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 3일 경기도 안양시 안양7동에 있는 ㈜일진기계에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정밀금형과 반도체 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인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경기도 안성시 두원공과대학 기계과 김영일 교수와 10여명의 학생들.

학생들이 이 회사 직원들과 함께 3차원 측정기, 형상측정기 등의 기계를 조작하며 현장실습을 하는 동안 金교수는 기술진을 상대로 공정상의 애로점 등을 해결해 주고 있었다.

불량률을 낮출 수 있는 정밀 절삭조건을 가르쳐 달라는 공장측의 요청에 따라 한달여 동안 연구·실험을 해 알아낸 최적의 작업환경을 전수하고 있는 것이었다.

金교수는 이 회사의 '패밀리 닥터(Family Doctor)'역할을 하고 있다.두원공대는 1997년부터 수도권 일대의 중소기업 2백70여곳과 협력관계를 맺고 교수들이 기술지원·경영진단·특허취득 지원·홍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학과 기업이 가족처럼 연계해 함께 발전해 간다는 개념으로, 교수 1명이 평균 5개 업체를 맡고 있다.

金교수는 "패밀리 닥터 제도를 통해 학생들은 실무와 직결된 현장 실습기회를 얻게됐고, 교수들은 현장 감각을 익히고 있다"고 말했다.

일진기계는 두원공대와의 산학협력을 통해 지난해 정밀비선형기어 분말소결금형의 국산화에 성공하는 등 지금까지 4건의 특허를 따냈다.

이 회사 김진근 이사는 "중소기업들은 연구인력이 부족해 자료분석·연구개발 분야가 취약한데 학교측이 우리 공장의 기술연구소 역할을 해주고 있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두원공대가 중소기업들과의 공동기술개발을 통해 획득한 특허는 지난해까지 37건이나 된다.

기업들은 산·학협력의 대가로 학생들에게 현장실습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현장 전문가들이 학교에서 특강도 한다.

신입사원을 뽑을 때는 이 대학 졸업생들을 우선 채용한다.

두원공대의 졸업생 취업률은 최근 몇년 동안 95%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현장실습에 참가한 기계과 박요준(24)학생은 "수업이 강의실·실습실·공장에서 다각적으로 이뤄져 이론은 물론이고 현장감각까지 익히고 있다"며 "졸업후 곧바로 현장에 투입돼도 적응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두원공대 교수와 학생들은 인근 5개 중소기업에 20대의 노트북을 갖고 찾아가 현장 종사자들을 상대로 맞춤식 IT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연내 노트북과 프로젝터 등이 장착된 'IT버스'를 마련, 더 많은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IT교육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외국어에 능통한 이 학교 교수와 학생들은 기업들의 무역 관계자료 번역과 통역업무까지 지원해준다.

이 학교가 지난해부터 경기지역 7개 대학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산·학 종합지원시스템(www.kgbnets.co.kr)'도 지역 중소기업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기술 및 제품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인터넷상에서 전문가들과 e-메일을 통해 곧바로 문제점을 해결하고 대학이 보유한 기자재를 함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원공대는 산업체를 대상으로 졸업생의 현업 적응도와 만족도를 조사해 교과과정 개발에 참고하는 한편,미적응 졸업생들에게는 재교육의 기회도 마련해 주고 있다.

1999년에는 교내에 창업보육센터를 설립해 기술과 사업성은 있지만 자금·시설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창업 희망자들에게 작업공간을 제공하고,경영·기술지도까지 하고 있다.

현재 ㈜크린텍 외 14개 업체가 입주해 활동하고 있으며, 교수들의 창업활동도 활발해 교수 창업업체가 파워시스템테크·두원트라이테크 등 3개나 된다.

교육인적자원부 한상신 사무관은 "대학들도 교육만 잘하면 된다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산업현장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4년제 대학은 연구중심으로 운영하고, 전문대는 중소기업들과 산학연계를 맺고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성=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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