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만을 위한 맞춤 서비스 활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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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어린이 전용서비스가 각광받고 있다. 소아과에 놀이터가 마련되고 유아 스포츠 교실이 문을 연 건 이미 옛날 이야기다. 소아 치과는 전국에서 70여곳이 성업 중이고 어린이 한의원도 곳곳에 생겼다. 최근에는 어린이 전용 피부관리실도 등장했다.

안정민(28·여)씨는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아들 희준(생후 8개월)군을 데리고 1~2주일에 한번씩 서울 방배동 '아이사랑 소아과'에 마련된 아토피 전용 피부관리실을 찾는다. 피부관리사가 아로마 오일로 아기 피부를 마사지 해주면서 보호자에게 마사지법도 가르쳐 준다.

"오일을 적당량 손바닥에 묻힌 다음에 이 방향으로 부드럽게 문질러 주세요"

아기 전용이라면 비쌀 것으로 생각되지만 1회 관리비는 5천원 수준. 안씨는 "집 앞에도 소아과가 있지만 피부관리 서비스 때문에 차를 타고 이 곳까지 온다"고 말했다.

미용실에서 네살배기 아들 경민이의 머리를 자를 때마다 전쟁을 치르는 이송미(31·충남 천안시)씨. 머리에 전기 이발기를 갖다 대기만 하면 아이가 몸부림을 치며 울음을 터뜨려 미용실에 갈 엄두도 못낸다. 집에서 잠든 아이의 머리를 자르지만 어색한 머리 모양 때문에 고민스럽다.

어린이 전용 미용실들이 엄마들의 이런 걱정을 덜어주고 있다. 지난해 문을 연 서울 북가좌동의 어린이 전용 미용실 '키즈월드'는 볼풀·미끄럼틀·게임기 등이 마련된 작은 테마파크다.

미용사는 꼬마 손님들을 자동차나 보행기 모양의 의자에 앉힌다. "저것 봐! 방귀대장 뿡뿡이야." 미용사는 먼저 비디오로 아이의 시선을 뺏고 사탕으로 마음을 달랜 후 이발에 들어간다. 결과는 대성공.

어린이 전용 미용실은 서울 목동의 '키즈앤컷', 대구 대백프라자의 '메장팡'등 여러 곳에 생기고 있다.

소아 한의원도 병원이 아니라 꼭 놀이터 같다. 곰돌이 '푸우'그림이 그려진 롤 블라인드, 천장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빌, 소방차 모양의 침대, 둘리·포켓몬 등 인형들…. 서울 대치동 '함소아한의원'의 풍경이다. 의사들은 하얀 가운 대신 하마 무늬가 그려진 알록달록한 캐릭터 가운을 입는다. 흰 가운을 입으면 아이들이 무서워할까봐서다.

이 한의원은 아이들의 입맛에 맞도록 원액을 증류시켜 만든 맑은 한약에 이어 초콜릿 향, 딸기 향이 나는 향기탕약도 만들었다. 탕약 한 재에 평균 8만~15만원이 들지만 1~2주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다. 지난 2월 서울 상계동에 문을 연 분점에는 한달 새 1천2백여명이 찾아왔다고.

나선삼 원장은 "처음에는 어린이 환자가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며 "여러 업종에서 어린이 고객에 대한 맞춤서비스가 유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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