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주전 경쟁 히딩크도 못말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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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대구 전지훈련 중인 한국 축구대표팀은 16일 수성구민운동장에서 오전·오후 두차례 훈련을 했다. 오전에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진행된 1대 1 훈련에서는 선수들의 치열한 경쟁심리와 그간 체력훈련의 성과를 보여줬다.

훈련은 골문 앞쪽 30m 지점의 출발선에서 공격수와 수비수가 동시에 출발해 반대쪽의 코칭스태프가 굴려준 공을 따낸 뒤 슈팅을 날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최성용·최성국 조였다. 훈련 초반 최성용이 한발 먼저 출발해 공을 따내자 최성국은 히딩크 감독에게 부당한 출발이었다고 항의했다. 히딩크 감독이 받아들이지 않자 최성국은 아예 최성용을 밀어붙이고 호각소리가 나오기 전에 출발하기도 했다.

두 선수 사이의 경쟁이 과열되자 히딩크 감독이 두 선수의 옷을 뒤에서 붙잡았으나 최성국은 이를 뿌리치면서 출발했고, 최성용은 "나, 오늘 제대로 걸렸어"라며 혀를 내둘렀다. 두 선수만이 아니었다. 차두리와 한 조를 이룬 박요셉도 차두리에게 몇 차례 공을 뺏긴 뒤로는 아예 한발 앞서 출발해버렸다. 차두리 역시 박요셉의 옷을 잡고 늘어지는 반칙도 불사했다.

코칭스태프 전원이 나서서 질서를 유지해야 할 정도였으나 이들의 얼굴에서는 선수들의 경쟁이 기특하다는 듯 시종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훈련이 20분을 넘기자 지친 기색을 보이는 선수들이 나왔다. 팀의 막내인 정조국은 가장 '젊은 피'였지만 눈에 띄게 발이 둔해져 그간 꾸준히 대표팀에서 체력훈련을 했던 노장 선수들의 체력이 향상됐음을 방증했다.

히딩크 감독은 "실전에서는 전력 질주를 한 다음 순간적으로 체력을 회복해 다음 동작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많다"며 "선수 개개인의 회복 시간을 알아보기 위한 훈련"이라고 설명했다.

설기현·안정환 합류

한편 유럽파인 설기현(안더레흐트)과 안정환(페루자)은 16일 오후 귀국해 히딩크호에 합류했다. 설기현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혀 최근 떠도는 부상설을 일축했다. 안정환은 28일 팀에 복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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