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선배와 맞붙어 봤으면…" 당찬 열아홉 '공포특급'김진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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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아빠, 오늘 잘 던졌죠. 저녁 때 고기 사주세요."

한국 프로야구를 짊어질 대형 신인의 출현에 모두가 움찔거린다. 그러나 당찬 신인의 말투는 아직 철부지 10대의 그것이다.

'7억 신인' 김진우(기아·19) 바람이 불고 있다. 봄바람의 차원을 넘어 태풍급이다. 지난 14일 SK전에서 완벽한 투구로 시즌 2승째를 올린 김진우는 '제2의 선동열'이라는 수식어가 호사가들의 과장된 표현이 아님을 성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벌써 2승에 방어율은 고작 0.64.

김진우는 1983년 3월 7일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났다. 춘천·서울 등지에서 유년세월을 보낸 그는 네살 때부터 어머니 오남미(지난해 작고)씨의 고향 광주에서 살기 시작했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같은 또래보다 몸이 컸다. 좀더 자세히 표현하면 비만에 가까울 정도로 뚱뚱했다.

김진우의 운명은 서석초등 4학년 때 아버지 김광규(47)씨가 "친구 아들이 너희 학교 야구부라더라. 너도 운동 좀 해보라"며 야구를 권하면서 바뀌었다.

운동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야구의 매력에 순식간에 빠졌다. 그리고 연고팀 해태의 에이스 선동열을 보면서 꿈을 무럭무럭 키워갔다. 진흥중에 진학하면서 또래들에 비해 월등히 빠른 공을 던졌고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키가 크기 시작했습니다. 공을 던지는 재미도 느꼈구요."

진흥고에서 초고교급 투수로 발돋움한 그는 지난해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에서 팀을 정상에 올려놓았고 이후 메이저리그의 유혹을 떨치고 해태와 사인했다.

재롱을 잘 떨어 '곰'이란 새로운 별명을 얻었지만 아직 선배들은 어렵다. 아저씨뻘인 최고참 이강철(36)에게는 말 한번 제대로 못 걸어봤다.

"선배들로부터 타자를 상대하는 방법이나 하체를 이용해 던지는 것을 배웠습니다. 원정 때 같은 방을 쓰는 최상덕(31)선배가 가장 다정합니다."

이상형 여자친구의 조건이 '통통한 몸매에 생머리'라는 김진우는 틈이 나면 영화를 보며 스트레스를 푼다.

여드름기가 아직 남아 있는 얼굴은 영락없는 10대의 모습이지만 속마음은 '국보급 투수'와 맞대결을 그렸을 만큼 당차다. "선동열 선배가 어릴 적부터 우상이었습니다. 철이 좀 들고부터는 사실 마운드에서 한번 맞붙어 보고 싶었죠."

광주=강병철 기자

◇오늘의 프로야구(오후 6시30분)

삼 성(임 창 용)-두 산(박명환)<잠실>

L G(만자니오)-S K(에르난데스)<문학·경인방송>

기 아(최 상 덕)-한 화(지연규)<대전·sbs 스포츠>

롯 데(손 민 한)-현 대(임선동)<수원·kbs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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