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팔만큼 팔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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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모처럼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가 주춤했다.

그동안 줄기차게 팔아 치웠던 이들은 15일 7억원어치를 순매도하는 데 그쳤다. 이에 힘입어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크게 올라 890선에 안착했다.

특히 외국인 매도공세가 집중됐던 삼성전자는 외국인의 팔자 물량이 줄어들자 4.33%(1만6천원)뛴 38만5천원을 기록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 보통주를 1백84억원어치 순매도하고, 삼성전자 우선주는 3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앞으로 외국인의 매도가 잦아들것으로 분석하는 전문가들이 많은 편이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외국인들이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이 좋았을 것으로 보이자 주식을 더 내다 파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팔만큼 팔았나?=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더 이상 팔기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익을 실현할 물량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해 9·11 테러사건 이후 누적 순매수가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 1월 7일(3조5천6백67억원) 이후 지난 12일까지 3조1천7백35 억원을 순매도했다. 이에 따라 테러 이후 지난 12일까지 누적 순매수 규모는 3천9백33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그래프 참조>

외국인이 지난 1월 8일부터 2조6천억원어치 순매도한 삼성전자는 12일 현재 외국인비중이 54.95%다. 지난해 9월 12일(57.06%)보다 2.11%포인트 줄었다. SK텔레콤의 외국인 비중도 46.64%에서 32.91%로 줄었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시가 총액 상위 종목들의 외국인 비중이 테러사건 발생 이전보다 낮아져 외국인의 차익실현 욕구는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영증권 장득수 조사부장은 "외국인들이 한국 외에 신흥시장 국가 중 주식을 살 만한 국가가 뚜렷하지 않은 데다 하반기부터 국내경기가 빠른 속도로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제 다른 매매 패턴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실적이 분수령 될 듯=향후 외국인 투자패턴은 19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삼성전자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실적이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 넘으면 삼성전자에 대한 접근 자세도 달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예상치는 1조5천억~1조6천억원이다. 일부에선 2조원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2조원에 근접한다면 증시에는 대형 호재인 셈이다.

메릴린치 서울지점 이원기 상무는 "외국인은 삼성전자 실적이 좋다고 갑자기 순매수로 돌아서지는 않겠지만 외국인 매도세는 분명 약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로 돌아설 것이라는 주장은 성급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비중은 줄었지만 그동안 삼성전자 주가가 올라 외국인이 삼성전자에 투자하는 금액은 오히려 늘었기 때문이다.

동양종합금융증권 민후식 연구원은 "지난해 외국인의 삼성전자 주식 투자액은 20조원이 채 안됐지만 최근(15일 현재) 약 35조원으로 늘었다"며 "삼성전자 주가가 오를수록 포트폴리오 위험 분산을 위해 외국인의 매도 욕구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메릴린치 이상무는 "당분간 국내 증시는 외국인들이 중립적인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 투자가들의 매매패턴에 좌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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