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체 이상·조종 실수 두갈래 추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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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번 사고는 시계(視界)비행(조종사가 직접 보고 비행)으로 착륙하던 항공기가 정상 항로에서 2㎞ 정도 벗어나면서 발생했다. 당시 바람 방향 때문에 계기착륙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항공기가 항로를 이탈한 정확한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항공당국은 일단 조종사가 충돌지점인 돗대산을 보지 못했거나, 갑작스럽게 기체 이상이 생겨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상황을 종합해 볼 때 김해공항의 지형에 익숙하지 못한 조종사의 실수로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확실한 원인은 항공기의 운항기록이 들어있는 블랙박스를 해독해 봐야 한다. 따라서 결론이 나올 때까지 최소한 1주일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착륙 노선 이탈=항공기는 바람을 안고 이·착륙하는 게 보통이다. 따라서 김해공항의 경우 북풍이 불면 남쪽 바다 쪽에서 북쪽으로 향하며 계기 착륙을 한다. 반면 남풍이 불면 남쪽에서 접근하다가 활주로를 눈으로 확인하고 우회해 오른쪽으로 크게 원을 그리며 돈 뒤(U턴)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 앉는 방식을 택한다.

사고 항공기도 처음에는 이런 절차를 밟은 것으로 보인다. 김해공항 남쪽에 있던 사고기는 남풍이 불자 U턴해 오려 했다. 여객기는 U턴 직전인 오전 11시21분쯤 교신이 두절됐다. 그 직후 활주로 북쪽에서 4.5㎞ 떨어진 신어산 자락 돗대산에 충돌했다.

◇충돌 원인=정상 착륙의 경우 항공기는 돗대산까지 가지 않고 활주로 북쪽 2.7㎞ 지점에서 남쪽으로 기수를 틀어야 한다. 그러나 사고기는 이 지점을 크게 벗어나 돗대산에 충돌했다. 건교부 관계자는 "왜 정상 착륙 항로를 이탈했는지는 블랙박스 안의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나 비행정보기록장치(FDR)를 해석해 봐야 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조종사 과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중국 국제항공은 베이징~부산 노선에 주로 B-737기종을 투입했으나 이날 승객이 많아 대형 기종인 B-767로 기종을 변경했다. 따라서 바뀐 항공기의 조종사가 김해공항의 시계착륙 과정을 정확히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선회하다 항로를 벗어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일부 생존자는 "'곧 착륙하니 안전벨트를 매라'는 안내방송이 있은 직후 기체가 급강하했다"고 말했다. "사고기가 꼬리 날개 부근에서 연기를 뿜으며 낮게 날다가 충돌했다"는 진술도 있다. 이는 기체 결함에 따라 사고기가 갑자기 조종사의 통제를 벗어나 추락했을 가능성을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 이밖에 사고기가 마지막 선회에서 순간적으로 강한 비구름을 만나 조종사가 시야를 놓쳐 충돌했을 수도 있다.

◇악천후 영향은=김해공항의 항공기 관제를 담당하는 공군 제5전술비행단은 사고기 착륙 당시 구름높이 3백m·시정 4㎞였다고 한다. 사고기인 B-767 같은 찰리(C·중형)등급 항공기의 착륙 제한치는 구름높이 2백30m·시정 3.2㎞였다. 착륙하기에 나쁜 상황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바람도 시속 7노트(약 12㎞)의 남풍이 불어 착륙에 크게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고 후 10여분 뒤인 오전 11시33분쯤 공군 C-130 수송기가 같은 항로를 따라 김해공항에 착륙했다.

다만 B-767은 찰리(C)등급 또는 델타(D·대형)등급으로 모두 분류가 가능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에 대해 관제탑 관계자는 "수차례에 걸쳐 조종사에게 C등급인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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