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밥그릇 지키기 … 결국 학생들 피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자가 21일 서울 세곡동 대왕초등학교에서 급식으로 식사를 하고 있다. 일부 학생은 곽 당선자에게 ‘일제고사 폐지’를 건의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서울을 비롯한 전국 6곳에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면서 예상됐던 정부와의 마찰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전교조 서울지부가 정부의 대표 정책인 교원평가와 학업성취도 평가 전면 폐지를 주장한 것이다.

특히 전교조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자 등 진보 당선자들이 자신들과 입장이 다른 대안을 선택하지 못하게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교육 정책과 궤를 같이했던 한국교총도 교원평가와 교장공모제에 반대하고 나섰다. 진보 교육감들의 취임 직후부터 교육계 내부 힘겨루기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숙명여대 송인섭(교육학과) 교수는 “교원들이 ‘밥그릇 지키기’에 나서고 정책이 이념에 휘둘리면 학생과 학부모만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교조는 강성인 서울지부가 전면에 나섰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6·7월 분회활동 자료집’에서 곽 당선자 취임 직후 “공식적인 교섭력을 재확보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곽 당선자 취임 후 교섭을 신청해 폐기됐던 단체교섭안을 복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6월 효력을 잃은 기존 단체협약에는 ▶학업성취도 평가 표집 실시 ▶학교인사자문위원회의 의무화를 통한 교장의 인사권 제한 등의 내용이 들어 있었다.

서울지부는 교원평가 반대 서명운동에 곽 당선자의 사진을 실은 데 이어 학업성취도 평가 저지활동에도 ‘곽노현 마케팅’을 활용하려 하고 있다. 서울지부는 자료집에서 “진보 교육감이 당선 이후 정치·행정적 고려를 할 가능성이 높다. 대중적 실천과 힘으로 견인해 나가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곽 당선자가 취임 후에도 전교조에 끌려다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곽 당선자 측 김윤태 비서실장은 “선거 때 도와준 일부 단체가 색깔을 칠하려는 것 같은데 전교조 등과 분명히 선을 그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취임준비위의 다른 관계자는 “서울지부가 당선자를 압박해 태스크포스(TF)에도 대거 참여하더니 취임 후에도 영향력을 확대하려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과부 주관 학업성취도 평가는 법령에 근거를 두고 있어 교육감이 거부할 수 없다. 전교조 교사들이 조직적으로 거부하는 것도 위법이다.

◆한국교총 왜 바뀌었나=한국교총은 그동안 정부에 협조적이었다. 하지만 “교원평가와 교장공모제에 문제가 많다”며 정부 정책 제동 걸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교총은 교원평가는 부분 전환이 아니라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나섰던 이원희 전 교총 회장이 공약으로 내세운 ‘부적격 교원 10% 퇴출’에 대한 내부 반감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교총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이 정부에 쓴소리를 못했다는 불만이 쌓였다”며 “신임 회장은 그런 분위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교원평가는 시·도 교육청 규칙에 따라 시행 중이어서 새 교육감이 규칙을 바꾸면 교과부로서도 별수가 없다. 서울대 백순근(교육학과) 교수는 “교원단체들이 무조건 반대를 위한 반대에 나서기보다 대안 정책을 제시해야 학부모들에게 호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련·박유미 기자

바로잡습니다 ‘사면초가 된 주요 교육정책’을 예시한 표에서 교원평가와 학업성취도 평가 내용이 서로 바뀌었으므로 바로잡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