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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국 경제의 급변은 위기이자 기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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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중국 경제가 전환점을 맞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19일 “경제가 견고한 안전성을 보이면서 위안화 환율 체제의 개혁과 유연성 확대를 보다 진전시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점진적인 위안화 절상을 허용하겠다는 뜻이다. 외국의 일방적인 압박에 굴복한 조치로 해석하는 건 오해다. 중국이 위안화 절상의 긍정적 측면에 눈을 돌린 사실도 간과해선 안 된다. 인플레와 자산거품을 차단하면서 내수 확대를 도모하는 데 위안화 절상이 보약(補藥)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한국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됐다. 최대 교역국이자 최대 투자처다. 위안화 절상 가능성만으로 어제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30원 이상 떨어진 1172원을 기록했다. 중국이 기침을 하자 한국이 몸살을 앓는 세상이 된 것이다. 위안화 절상은 세계 경제의 균형을 위해서도 피할 수 없는 대세다. 당분간 원화도 덩달아 절상 압력을 받을 게 분명하다. 단기적으로 대중국 수출이 늘겠지만 길게 보면 우리에게 불리한 측면이 적지 않다. 지금은 연 3% 안팎의 질서 있는 위안화 조정을 기대하면서 우리 경제의 면역력을 높이는 게 급선무다.

중국의 변곡점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흐름은 연쇄 파업과 임금인상 도미노다. 중국의 저임금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가는 성장통(成長痛)이다. 최근 대만 계열의 팍스콘과 일본의 혼다자동차 현지공장은 파업에 시달린 끝에 엄청난 임금인상책을 내놓았다. 팍스콘은 초봉 임금을 65%나 올렸고 혼다의 임금인상률은 25%에 달했다. 우리나라 성우하이텍 현지공장도 15% 임금을 올렸다. 서울 올림픽 직후 한국의 격심한 노사분규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다.

임금이 오르면 중국의 수출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외국 투자기업들이 동남아로 공장을 옮기는 등 탈출 러시가 꼬리를 문다. 놀라운 것은 중국 공산당의 반응이다. 이런 부작용에 아랑곳없이 내수 진작을 강조하고 있다. 관영 매체들은 일제히 파업을 두둔하며 “노동자의 임금을 올려 소득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사설을 내보냈다. 각 지방정부들까지 보조를 맞추면서 중국 주요 지역의 최저임금 상승률은 20%를 넘었다. 당장 중국에 진출한 2만여 우리 기업들은 큰 부담을 떠안게 됐다.

그러나 중국은 우리로선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중국 경제의 급변은 더 이상 가능성이 아니라 현실(現實)이 됐다. 지난 30년간 ‘세계의 공장’에 이웃한 반사이익을 누렸다면, 이제는 ‘세계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능동적인 변신을 도모해야 한다. 더 이상 중국의 저임금에 의존해선 생존이 어렵다. 과감한 사업 구조조정이 필요한 대목이다. 중국 현지 공장들은 노무관리를 강화하면서 앞으로 급성장할 중국 내수 시장을 효율적으로 공략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요동치는 중국 경제는 위기이자 기회다. 우리는 격심한 외환위기와 격렬한 노사분규를 무사히 헤쳐 나왔다. 이런 생생한 경험과 지혜를 되살린다면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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