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헤지에 원금보장·절세효과 … 물가연동채 ‘일석삼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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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10년 만기 물가연동 국채의 표면 금리가 연 2.75%로 결정됐다. 기획재정부는 일반 국채 10년물의 금리와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이같이 정했다고 21일 발표했다. 물가연동 국채는 이번 주에 정부가 발행하고, 증권사들이 물량을 인수해 바로 판매를 시작한다.

이자율이 연 2.75%라면 언뜻 ‘겨우?’라는 반응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물가연동 국채는 얘기가 좀 다르다. 예를 들어 물가연동 국채 100만원어치를 사고 1년 뒤 소비자 물가가 3% 올랐다면, 원금도 3% 늘어난 103만원으로 계산한 뒤 여기에 이자 2.75%를 얹어준다. 원금 100만원이 105만8300원이 되는 것이다. 세전으로 따져 이자율 5.83%인 일반 채권과 같은 수익을 안겨주는 셈이다.

또 국채여서 안전성이 높다는 장점도 있다. 게다가 소비자물가에 선행하는 생산자물가지수가 지난달에 전년 같은 달보다 4.6% 오르는 등 물가 상승 걱정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상황이다. 물가 상승에 따른 가치 하락을 보전(인플레이션 헤지)해 주는 특성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다.

삼성증권 정범식 리테일채권팀장은 “많은 액수를 투자하는 개인들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물가 오르면 수익률 쏠쏠=물가연동 국채는 2007년부터 2008년 8월까지도 발행됐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반응이 시큰둥했다. 물가가 오르면 이익이지만, 일본처럼 디플레이션에 빠지면 원금이 깎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정부는 발행을 재개하면서 이런 점을 보완했다. 디플레이션이 일어나 물가가 하락해도 원금을 깎지 않고 보전해 주기로 했다. <본지 5월 27일자 e13면>

세금도 덜 낸다. 물가 상승에 따른 원금 상승분에는 세금을 매기지 않고, 이자에만 세금을 물린다. 100만원의 원금이 105만8300원이 된 경우라면 세금은 이자분인 2만8300원에 대해서만 내는 것이다. 또 10년 이상 장기채권이어서 본인 신청에 따라 금융소득 종합 과세를 하지 않고 분리 과세로 처리할 수 있다.

물가가 웬만큼만 오르면 수익률도 쏠쏠하다. 매년 물가가 최근 10년 평균치인 3.1%씩 오른다고 하면, 표면 금리 연 2.75%인 물가연동 국채의 10년 뒤 세후 수익률은 63.1%다. 연리 7.4%짜리 은행 정기예금에 넣어둔 것과 같은 효과다. 대우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표면 금리 2.75%짜리 물가연동 국채는 연간 물가상승률이 1.6%만 넘으면 5%짜리 국채에 투자한 것보다 나은 수익을 안겨준다.

◆만기까지 보유해야= 물가연동 국채는 6개월마다 물가상승률에 따른 원금 상승분을 계산해 이자를 준다. 증권사에서 살 수 있다. 대우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22일부터, 삼성·한국투자·우리투자·동양종금·HMC투자·현대증권 등은 이르면 주말께 판매를 시작한다.

발행은 내년 5월까지 매달 한 차례씩 한다. 정부가 결산을 해야 하는 12월에는 발행하지 않는다. 월 발행 규모는 1500억~3000억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 민동원 연구원은 “물가연동 국채는 만기까지 보유할 생각이 있을 때만 구입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정범식 팀장은 “앞으로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올리면 물가연동 국채의 표면 금리도 오를 수 있다”고 했다. 나중에 사는 게 이익일 수 있다는 얘기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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