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실버 튀는 효도선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0면

적극적이고 개성있는 방식으로 노후를 즐기는 실버들이 늘어나면서 '효도 선물'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내의나 보약, 단체 손님들과 우루루 몰려가는 관광여행은 신세대 실버들에겐 '한물 간'선물이다.

요새 여유있는 실버들에겐 호텔 등에서 내놓는, 고급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상품이나 미용·건강과 관련한 선물들이 인기다.

'효도 관광'도 취향에 따라 여행지나 여행방법이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회갑잔치 대신 호텔 패키지=김무웅(60·건설회사 대표·서울 청담동)씨의 회갑 맞이는 좀 특별했다.

손님들을 초대해 한 상 가득 음식을 차려놓고 떠들썩한 잔치를 벌이는 대신 아내 김영미(55)씨와 함께 서울 강남 리츠칼튼 호텔의 디럭스 룸에서 오붓하게 하룻밤을 보냈다.

시니어들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호텔 패키지 상품 초대권을 자녀들이 선물한 것.

이들은 사전 예약을 통해 한방병원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체질검사를 받은 뒤 호텔측이 맞춤 식단에 따라 준비한 중국 황실 보양요리와 건강차를 대접받았다.

낮 시간엔 선택사항으로 제공된 개인 골프 강습도 즐겼다.

"자식들도 번거롭지 않고 아내와 오랜만에 편안한 시간을 보내니 좋았다"는 것이 김씨의 소감.

지난해 말부터 자생한방병원의 1년 특별진료우대권 등이 포함된 '시니어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는 리츠칼튼 호텔의 박상호 마케팅 팀장은 "부모님께 드릴 특별한 선물을 찾는 20~30대들이 주 구매층"이라고 말했다.

서울 북악산 자락에 위치한 삼청각에도 실버들이 즐길 수 있는 패키지 상품이 준비돼 있다.

전통 한옥 객관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가무악극 '애랑연가'를 관람할 수 있는 코스다.

삼청각을 운영하는 프라자 호텔 박종국 차장은 "생신 등 특별한 날을 맞은 노년층이 많이 이용한다"고 말했다.

◇미용 선물도 인기=김복선(64·여·서울 역삼동)씨는 최근 딸 박정미(44)씨와 함께 서울 강남의 한 피부과를 찾았다.

정미씨가 김씨의 생일을 맞아 '검버섯 없애는 레이저 시술'로 선물을 대신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요새 기미 치료를 받는 딸과 함께 나란히 병원에 다니고 있다.

최근 피부과에는 젊음을 되찾고자 하는 실버들의 발걸음이 부쩍 잦아지고 있는 추세.

검버섯 제거 수술 외에도 나이 들어 처진 눈꺼풀을 교정해 주는 '안(眼)성형'이 신세대 할머니들에겐 인기 선물이다.

'오세오 안과'최용석 원장은 "하루에도 2~3건씩 미용에 관심이 많은 노년층과 자녀들로부터 '안 성형'에 대한 상담 요청을 받는다"고 말했다.

◇효도 관광도 색다르게=신세대 실버들에게 '비행기 한 번 타는 것'은 그다지 감동적이지 않은 선물.

기왕 떠나는 여행이라면 크루즈 여행이나 배낭여행 등 색다른 재미를 찾는 경우가 늘고있다.

지난해 어머니가 회갑을 맞은 전석현(47·부동산 중개업·서울 잠원동)씨도 회갑 기념으로 어머니께 동남아 크루즈 가족 여행을 선물했다.

'크루즈 월드'백경훈 대표는 "손님의 약 60%는 알래스카·북유럽 등지로 부모님을 모시고 가족과 함께 떠나는 40~50대"라고 말했다.

젊은이 못지 않게 활동적인 요즘 실버들에겐 배낭 여행도 훌륭한 효도 관광이 된다.

저렴한 기획여행 상품을 취급하는 일본여행센터 서화진 사장은 "배낭 여행을 떠나는 50대 이상 손님들이 전체 고객의 50% 이상을 차지한다"고 전했다.

김현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