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한은, 출구 문고리 잡을지 8월께 결정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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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의 유연성을 확대하겠다는 중국 인민은행의 발표, 역시 국내에도 여진을 일으켰다. 꽉 막혔던 출구전략 논의에 새로운 계기가 됐다는 뜻이다. 위안화 가치가 오르면 국내 물가도 상승할 공산이 크다. 이는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출구 쪽으로 더 다가갈 명분이 될 수 있다.

김중수(얼굴) 한국은행 총재도 21일 종전과 달리 직설적으로 ‘인플레이션 위험’을 표현했다. 그는 이날 한 강연회에 참석, “현재의 금융완화(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 인플레이션이나 자산가격 급등이 초래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가 물가불안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금통위는 10일 열린 회의에서 “경기가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수요압력이 증대할 것”이라며 물가가 걱정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이런 마당에 위안화 절상은 국내 물가에 더 짙은 먹구름을 던질 수 있다.

위안화 값이 상승하면 중국산 제품의 가격은 비싸진다. 한국의 수입액 중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7%가 넘는다. LG경제연구원은 위안화 가치가 10% 오르면 국내 물가는 0.24%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올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대비)은 2%대다. 한은의 목표범위(2~4%) 내다. 하지만 앞으론 오를 여지가 많다. 5월 생산자물가는 4.6% 올랐다. 16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1분기 경제성장률은 8.2%나 됐다.

반면 세계경제의 더블딥(잠깐 경기회복 후 재침체) 가능성은 작아졌다. 김 총재도 이날 연설에서 “더블딥을 판단하는 데 가장 중요한 나라인 미국의 경제가, 다 잘되는 건 아니지만 튼튼해 보인다”고 했다. 이에 비춰 시장에선 금통위가 조만간 기준금리를 단계적으로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시각도 여전하다. 원화의 움직임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위안화 가치가 오르면 원화가치도 비슷하게 오른다는 게 정설이다. 2005~2008년이 그랬다. 원화가 위안화와 동반 절상하면 한국기업의 수출에도 빨간 불이 들어온다. 성장에도 악재다.

결국 위안화 절상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금통위는 위안화 절상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본 뒤 행동에 나서야 할 입장이다. 만약 원화절상이 급속히 이뤄져, 그 자체가 긴축효과를 내면 출구로 다가가는 발걸음은 당분간 더뎌질 가능성이 크다. 최소한 2분기 경제지표들을 확인한 뒤인 8월에나 문고리에 손을 댈지 결정할 분위기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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