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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관객' 청소년을 잡아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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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1백6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리체우 그란 테아트르(liceubarcelona.com)가 27년 만에 처음으로 어린이를 위한 오페라를 제작했다. 지난달 15일간 무대에 오른 작품은 프로코피예프의 음악동화 '피터와 늑대'의 음악극 버전. 그라나다의 인형극단 에세테라와 공동으로 작업했다.

리체우 극장은 1994년 화재로 소실된 후 99년 재개관 하면서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로비에서 모차르트의'마술피리'와 페르골레시의'마님이 된 하녀'를 인형극과 함께 선보인 것. 하지만 대극장 무대에 어린이 오페라를 올린 것은 75년 훔퍼딩크의'헨젤과 그레텔'이후 처음이다.

리체우 극장에선 26세 이하의 청소년들에게 최대 50%까지 입장권 할인 혜택을 준다. 입장권 대금을 2개월마다 한번씩 3회에 걸쳐 분납할 수도 있다. 플루트와 피아노 반주로 카탈란어로 1시간 동안 상연하는'꼬마 마술피리'는 5세, '피터와 늑대'는 4세부터 입장 가능하다. 공연 개막은 평일 오전 10시45분, 주말 오전 11시. 공연장 질서를 위해 학생 15명당 인솔 교사 1명에게 무료 티켓을 제공한다. '라보엠''라 트라비아타'의 무대 리허설은 14세 이상 학생들에게 무료로 개방한다.

세계 유명 오페라극장들이 미래의 관객인 청소년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리체우 극장이 어린이 오페라를 상연하기 시작한 것도 유럽의 30여개 오페라하우스 소속 교육팀들이 구성한 네트워크 레세오(reseo.com)에 가입하면서부터다.뮌헨 바이에른 국립오페라, 런던 코벤트가든 오페라,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 마드리드 왕립오페라 등 레세오 회원 극장들은 백스테이지 투어, 오픈 리허설, 오페라 워크숍, 해설이 있는 오페라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레세오는 유럽연합과 유럽 오페라하우스 회원 연맹(Fedora)의 지원을 받고 있다. 제7차 총회는 오는 25~28일 헝가리 국립오페라 극장에서 열린다.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는 프랑스 텔레콤의 지원을 받아 96년부터 청소년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으며, 빈슈타츠오퍼는 최근 '피터팬'을 오페라로 만들어 어린이 관객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뿐만 아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매주 토요일 오후 1시30분 마티니 공연을 마련해 청소년 관객을 불러들인다. 또 미국 전역의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오페라 퀴즈 대회를 개최해 우승자에겐 가족과 함께 오페라를 관람할 수 있는 박스석을 제공한다. 런던 코벤트가든의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선 최근 관객의 4분의1이 35세 이하인 것으로 집계됐다. 청소년을 위한 오페라 교육 프로그램이 서서히 열매를 맺고 있다는 증거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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