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부품업계 즐거운 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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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가 호황을 누리면서 핵심부품인 백라이트유닛(BLU)을 만드는 중견 부품업체들도 분주해졌다.

특히 10여개의 BLU 업체 가운데 우영·태산LCD·레이젠 등 코스닥의 관심기업이기도 한 '빅3'업체들이 인력·시설 보강에 나서고 있다.

진작부터 한국의 세계 일류화 상품이었던 TFT-LCD는 마침내 지난해 세계를 제패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삼성전자·LG필립스LCD·하이디스 국내 3사가 지난해 만든 TFT-LCD는 전세계 생산량의 40.7%인 1천8백43만개에 달했다.

세계적으로 모니터나 TV용 TFT-LCD의 수요는 올해 5천9백만개,2005년 1억1천만개로 추산되는 등 시장전망도 밝다.

◇공격적인 투자=BLU 업계 매출 선두인 우영은 지난해 말 경기도 평택 공장의 생산라인을 6개에서 9개로 늘렸다.

일부 라인은 올해 새로 시작하는 LCD-TV와 LCD 모듈 생산을 위한 설비 개조가 한창이다.

윤종현 기획팀 과장은 "설비를 늘리고도 주문을 대지 못해 1주일에 나흘 정도는 서너시간씩 잔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산LCD는 지난해 하반기 생산직 인력을 1백80명에서 2백70명으로 늘렸다. 백병창 경영기획팀장은 "올 들어 17인치 모니터용 BLU 주문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최근 중국 쑤저우(蘇州)에 1만여평의 공장부지를 사들이는 양해각서(MOU)를 현지 파트너와 교환하는 등 중국 진출을 꾀하고 있다.

레이젠은 오는 10월 완공 목표로 경기도 안성에 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경기도 군포 등지의 기존 공장보다 더 큰 규모"라고 전했다.

호황에 힘입어 우영·태산LCD의 지난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배 가까이 늘었다. 우영의 올해 매출 목표는 지난해보다 55% 늘어난 2천8백억원이다.

◇단가인하 요구 재연될까=지난해 BLU를 비롯한 모니터 소재·부품 협력업체들은 생산량이 크게 늘었지만 매출 증가가 미미하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쓰라린 경험을 했다. 완성품 대기업들의 납품단가 인하 요구 때문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많은 부품업체가 한두 완성업체에 매출을 거의 의존하다보니 단가 인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BLU 업계는 지난해 연말 납품단가가 연초보다 평균 40%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추산했다.

올 들어 TFT-LCD 시장이 더욱 빠르게 살아나기 때문에 부품단가를 낮춰달라는 요구는 주춤한 상태다. 하지만 완성업체들이 설비 신·증설을 마무리하고 과당경쟁을 하기 시작하면 단가인하 압력이 재연될 소지도 있다.

부품업계가 거래처를 다변화하고 LCD 모듈·LCD-TV 같은 부가가치가 높은 신제품의 개발을 서두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BLU란=TFT-LCD 패널 후면에 들어가 빛을 고르게 전달하는 장치. 프레임·반사판·도광판·확산필름·프리즘시트·보호판 등 다양한 하위부품으로 구성된다.

LCD모듈 원가의 15% 가량을 차지해 완제품 가격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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