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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개 합의 중 2건 이행 京平축구 등 11건 흐지부지 : 6·15 선언 이후 남북관계 성적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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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0개의 주요 합의사항 중 완전이행 2건. 7건은 지연되거나 가까스로 재개를 앞두었으며, 나머지 11개는 무산됐거나 아예 이행하지 않은 현안.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22개월 동안 남북관계의 성적표다.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방북했던 임동원(林東源)청와대 외교안보통일 특별보좌역은 지난 6일 귀환 때 6개항의 공동보도문을 가져왔다.

하지만 앞서의 남북관계 이행 실적으로 볼때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합의가 어느 수준까지 실천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합의이행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합의서 이행의 현주소=남북정상회담 이후 양측은 여섯차례의 장관급 회담을 비롯해 ▶특사방문 2회▶국방장관회담 1회와 군사실무회담 5회▶경협실무접촉 2회▶각 한 차례의 경협추진위·금강산관광 활성화 당국회담·전력협력실무협의회·임진강수해방지실무협의회▶세차례 적십자회담 등 23차례 정도의 당국·준(準)당국 회담을 했다.

이 가운데 주요 합의사항은 20개로, 회담 한차례당 한 항목 정도의 합의를 이끌어 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대개 합의문이나 공동보도문이 4~6개항으로 구성된다고 보면 상당수 합의사항이 합의→지연 또는 불이행→재합의 수순으로 전개되면서 다시 회담 테이블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林특보가 합의한 사안도 동해선 철도·도로 연결을 제외하고는 올해 정부가 대북정책의 5대 핵심추진과제로 제시한 현안이 뼈대를 이루고 있다. 그동안의 남북간 합의 중 완전히 이행된 것은 비전향장기수 북송과 조총련 동포의 고향방문 등 2건.

합의한 지 2개월여 만인 2000년 9월 초 북한행을 희망하는 62명의 장기수 모두가 북한으로 갔고, 조총련 동포의 고향방문도 착착 진행돼 8일에는 7차 방문단이 서울에 도착했다.

두가지 모두 북측이 강력하게 요구했던 사안이다.

지연되고 있거나 교착상태에 빠졌다가 재개가 예정된 사안 중 대표적 인 것은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

6·15공동선언 제3항에 명시돼 있지만 세차례 시행을 끝으로 중단됐다가 6개월 만인 오는 28일 재개된다. 하지만 북측 요구대로 장소를 금강산으로 옮김으로써 서울·평양 교환방문의 틀이 깨졌다.

더욱이 2000년 9월 3차 장관급 회담에서 합의한 면회소 개설 등 이산가족 문제의 제도적 해결방안은 북측의 무성의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군사당국회담은 지난해 2월 5차 군사실무회담 이후 열리지 않고 있지만 林특사의 방북 때도 재개원칙에만 합의했을 뿐 구체적인 시기를 정하지는 못했다.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 20개 합의 중 절반이 넘는 사안들이 사실상 무산됐거나 실행이 불투명한 채로 남아 있다.

3차 장관급 회담 공동보도문에 담긴 경평(京平)축구와 교수·학생·문화계 인사 상호방문,4차 장관급 회담에서 합의한 동해어장 개방 등 어업분야 상호협력과 태권도 시범단 교환은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5차 장관급 회담에서 합의된 ▶개성공단 건설▶남-북-러 가스관 연결▶민간선박의 상호 영해 통과도 마찬가지다.

◇이행 보장장치 필요하다=통일부 이봉조(李鳳朝)통일정책실장은 8일 "이번 합의의 경우 林특사가 직접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난 뒤 북측과 의견을 같이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이행 가능성이 더 뒷받침되고 있다고 본다"면서 "합의실천 여부를 미국이 북·미 관계개선의 중요한 지표로 여길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이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런 낙관적 기대와 달리 4차 이산상봉과 다음달 7일 서울에서 열릴 경협추진위 2차회의, 6월 11일 금강산관광 당국회담을 빼고는 구체적 일정이 잡힌 것은 없다.

이 때문에 북한이 평양 아리랑축전(4월 29일~6월 29일)과 6·15공동선언 2주년을 정점으로 남북관계를 다시 소강국면으로 가져갈지 모른다는 분석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따라서 정부는 5, 6월을 향후 남북관계를 가늠할 중요한 시기로 잡고합의이행을 통해 대북 화해·협력정책의 여세를 이어갈 묘수를 찾는 데 골몰하고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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