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개국 노령화총회 오늘 마드리드 개막 : "50년뒤엔 노령인구가 아동 추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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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지구촌이 본격적인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었다.

과학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인류는 천수(天壽)를 욕심내기에 이르렀지만 노령인구의 급증에 따른 사회적 부담과 부작용은 각국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심각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유엔이 주도하는 '노령화 세계총회'가 8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막돼 12일까지 계속된다. 20년 만에 열리는 이 회의에는 1백90개국 대표들이 참가해 '모든 세대가 공존할 수 있는 세상' 건설을 모토로 노령화 대책 마련에 나선다.

◇늙어가는 지구촌=유엔은 회의에 제출할 보고서에서 60세 이상 노령인구는 큰 폭으로 증가하는 반면 아동인구(14세 이하)는 꾸준히 줄어 50년 뒤엔 노령인구가 아동인구를 추월하는 '인구의 대역전'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사망률과 출산율이 동시에 낮아지면서 오는 2050년엔 세계인구가 현재 60억명에서 1백억명으로 증가하고, 이 중 60세 이상 인구는 6억명에서 20억명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총인구의 20%가 노령층인 선진국은 50년 뒤엔 그 비율이 33%에 이르며, 중·후진국은 현재 8%에서 최고 20%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산적한 과제들=노령화가 진행되면서 생산현장에 투입할 노동인구는 줄어들고 노인에 대한 부담은 늘어나게 된다.

의료·연금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게 되면 다른 투자는 미룰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제발전이 심각한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1950년에 젊은이 12명이 노인 1명을 부양했다면 2050년엔 4명이 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유엔의 계산이다. ▶노령인구의 자아개발▶가족·국가간 부양 역할 분담▶노인인력 활용 등 서둘러 구축해야 할 사회안전망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유엔은 보고서에서 "2025~30년엔 노령인구가 연평균 2.8%의 빠른 속도로 증가하지만 각국의 사회·경제 시스템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각종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노령화=미국에선 제2차세계대전 이후 '베이비붐'을 타고 태어난 7천6백만명이 2010년부터 노령인구에 본격 편입되기 시작하면 정부 재정이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될 전망이다.

개도국의 경우 문제가 더욱 심각하지만 노령화 속도를 노인복지 예산 증가가 따라가지 못할 게 뻔한 상황이다.

◇국제행동계획=유엔과 각국 대표들은 이번 회의에서 '국제행동계획'을 채택, 적극적으로 노령화 시대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노령층의 연금·의료 보장▶가난 척결▶사회·경제·정치적 역할 보장▶자아 발전 지원▶노·소간 상호연대 증진▶개도국의 노령화 문제 등의 세부 안건을 논의하게 된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아프리카에선 노인이 죽으면 '도서관이 사라졌다'고 추모한다"며 "노령층의 경험과 식견은 과거·현재·미래를 잇는 가교"라며 인식의 전환을 촉구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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