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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對 외국계 펀드 "수익률 내가 王"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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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요즘 미래에셋(자산·투신운용)과 프랭클린템플턴투신은 몰려드는 돈을 주체하지 못해 고민이다.

미국계인 템플턴은 굴릴 수 있는 적정 자금 규모를 산정해 이를 넘어서면 신규자금을 더 이상 받지않는 방안을 검토할 정도다. 최근 하루 평균 두 회사로 들어오는 자금은 지난 해 한 달간 들어왔던 자금과 거의 비슷한 수준.

지난해 10월 4일부터 지난 3일까지 6개월간 미래에셋의 주식 펀드에는 모두 1조5천억원이 새로 들어왔다. 또 템플턴의 주식펀드 설정액은 9천1백65억원 가량 늘었다. 두 회사의 신규 자금은 이 기간 중 투신사에 들어온 전체 자금의 32.4%를 차지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두 회사의 수익률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펀드 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5백억원 이상 대형 펀드 중 지난달 30일 현재 1년간 운용 수익률이 가장 높은 펀드는 미래에셋의 '인디펜던스주식형'으로 1백24.5%를 기록했다. 그 뒤를 템플턴의 '그로스주식형1호'가 1백12.5%로 바짝 쫓고 있다. 3위는 현대투신의 '바이-코리아 나폴레옹주식 2-6호'지만 수익률은 83%로 1,2위와는 큰 차이가 난다.

이 두 회사 펀드의 수익률도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다. 최근 1개월을 기준으로 하면 그로스가 높고,3개월을 기준으로는 인디펜던스가 앞선다.

토종 투신사(미래에셋)와 외국 투신사(템플턴)의 수익률 게임이 갈수록 흥미를 더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투자전략을 살펴본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비결은=우선 미래에셋과 템플턴은 일단 한번 산 주식은 좀처럼 팔지 않는다.

템플턴투신은 알짜 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태평양과 롯데칠성·신세계를 일찌감치 발굴했다.특히 태평양을 3년 전에 2만~3만원대부터 사들여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다. 태평양은 지난 4일 14만8천원을 기록했다.

템플턴의 이해균 운용팀장은 "한번 산 주식은 보통 2년반 가량 보유한다"며 "지난해 그로스펀드1호에 편입된 주식 중 40% 가량이 교체됐다"고 설명했다. 통상 국내 펀드들의 주식 회전율은 연 5백%.

미래에셋도 인디펜던스1호의 편입종목을 지난해 40% 가량 교체했다. 미래에셋 자산운용 선경래 이사는 "지난해 9·11 미국 테러 때도 주식을 팔지 않았다"고 말했다.

템플턴이 주식을 파는 경우는 두 가지뿐이다. 보유 주식의 가격이 적정한 수준에 도달했을 때와 기업의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았을 때. 미래에셋은 이보다는 좀더 유연하다. 미래에셋은 주가가 매입 가격보다 30% 이상 떨어지거나 종합주가지수 하락률보다 10%포인트 더 떨어진 경우에만 손해를 보더라도 내다 판다.

또 두 회사는 철저히 아는 주식만 산다. 미래에셋은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가 공동으로 분석한 주식 2백50개만 살 수 있다. 템플턴은 1백개 가량의 주식만 매매할 수 있다. 이중 코스닥 등록 주식은 5개 뿐이다.

◇투자전략,뭐가 다른가=템플턴은 '주식 매매 타이밍을 포착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란 철학을 갖고 있다. 즉 펀드매니저는 주식을 언제 사고 팔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주식이 좋고 나쁜지를 판별하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

이에 따라 템플턴은 주가가 오르건 말건 좋은 주식을 싼값에 사놓고 기다리면 언젠가 때가 온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실제 템플턴은 그로스1호 펀드를 설정한 1999년 초 불어닥친 기술주·닷컴주 열풍에 휩쓸리지 않았다. 실적에 비해 주가가 너무 비싸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바람에 펀드수익률은 그해 내내 저조했다.

반면 미래에셋의 전략은 좀 다르다. 한국처럼 시장 변동성이 큰 곳에서는 증시 흐름을 잘 읽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미래에셋은 지난해까지는 내수 우량주를 많이 샀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경기회복과 수출회복을 예상하고 내수우량주보다는 삼성전자와 같은 수출관련 대형 우량주의 비중을 높였다. 선이사는 "펀드 매니저는 시장의 흐름에 편승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희성·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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