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영화] 블레이드 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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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데이비드 S 고이어
주연 : 웨슬리 스나입스.제시카 빌.라이언 레이놀즈
장르 : 액션
등급 : 18세
홈페이지 : www.2004blade.co.kr

20자평 : 액션이면 액션, 무기면 무기, 혼성SF의 향연

연말 화끈한 액션영화를 즐기고 싶다면 선택의 폭은 의외로 좁다. 가족의 중요성을 새록새록 일깨우는 '절기형 영화'는 줄줄이 대기 중이지만 이런저런 생각 없이 눈을 현혹하는 액션과 귀청을 때리는 음향에 몸을 맡긴다면 '블레이드 3'만한 작품도 드물다.

'블레이드' 시리즈는 3편까지 나오는 동안 감독도, 배우도, 무대도 바뀌면서 그때그때 '변종'을 만들어 왔으나 유독 변하지 않은 게 있다. 검은 피부로도 모자란 듯 새까만 가죽코트로 전신을 감싸고, 순도 100%의 검정 선글라스를 눌러쓴 블레이드(웨슬리 스나입스) 자신이다.

인간과 뱀파이어의 피가 섞인 블레이드는 마늘도, 십자가도 무서워하지 않고 대낮에도 활보하는 특별한 존재. 그와 일정 부분 유전자를 공유하는 뱀파이어를 소탕해야 하는 운명이다. '백인의 전유물'이었던 뱀파이어를 흑인으로 돌려놓으며 일종의 '정치적 공정성'을 찾으려 했던 블레이드의 첫째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시원한 액션이다.

3편도 예외는 아니다. 시작부터 쫓고 쫓기는 자동차 추격전이 전개된다. 허공을 360도 돌며 총을 난사하고, 웬만한 적수는 뒷발 차기 한 방으로 제압한다. 등에 메고 다니는 사무라이 칼도 위협적이다.

당연히 상대방도 만만치 않다. 하늘을 날고, 건물을 건너뛰는 건 기본. 쿵후.레슬링.이종격투기까지 다양한 무술이 등장한다. 시리즈가 쌓이며 진화된 첨단무기도 심심찮은 볼거리다. 살짝 닿아도 몸이 두 동강 나는 자외선 활은 물론 사악한 뱀파이어를 단숨에 회색빛 먼지로 공중분해하는 바이러스 등 SF 액션의 상상력을 최대화했다.

블레이드는 이번에 출중한 '원군'도 만난다.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레골라스처럼 활을 자유자재로 갖고 노는 여전사 애비게일(제시카 빌)과 장난기는 많으나 권총을 능숙하게 다루는 한니발 킹(라이언 레이놀즈)이 블레이드를 도와 세상을 피로 정복하려는 뱀파이어 일당과 진검승부를 벌인다. 정신을 빼앗는 강한 비트의 테크노 음악 또한 현란한 액션과 잘 어울린다.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말자. 애비게일의 출생 사연 등 중간 중간 배치된 유머가 다소 우스꽝스럽고, 등장인물의 갈등.대립도 정교하지 않으며, 블레이드와 막판 대결하는 '뱀파이어의 제왕' 드레이크(도미니크 퍼셀)도 큰 힘을 쓰지 못한다. 뱀파이어 지도부가 미국 각계의 유력 인사를 포섭하고, 또 4000년간 잠들어 있던 드레이크를 깨워 '철천지원수' 블레이드를 없애려고 하는 게 기둥 줄거리다.

홍보 문구에는 '블레이드의 완결판'이라고 적혀 있지만 어딘가 또 다른 임무를 찾아 표표히 사라지는 블레이드의 마지막 뒷모습을 보면 시리즈는 쉽사리 막을 내릴 것 같지 않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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