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北-日 대화에 청신호 : 林특사 訪北 긍정 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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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임동원 청와대 외교안보통일특보의 방북은 남북 대화와 북·미, 북·일 대화가 맞물려 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林특보가 북한에 미·일과의 대화를 촉구한 데 대해 북측이 부정적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북한으로선 9·11테러 사건 후 미국의 전략 변화가 몰고온 체제 위협 부담을 덜어내고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서도 미·일과의 대화는 불가피하다. 북한이 이번에 미국측이 강조해 온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당국 간 회담에 호응한 것은 미국과의 본격 대화를 위한 정지작업의 색채가 짙다.일본에는 이미 적십자 회담 카드를 던져놓았다.

◇북·미 관계=일단 대화의 분위기는 무르익은 것으로 보인다. 양국 모두 대화를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는 와중에 남북 대화라는 첫 단추가 채워졌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달 20일 미국과의 뉴욕 접촉에서 대화 의지를 내비친 데 이어 잇따라 대미(對美) 유화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그동안의 입장에서 선회, "미국과의 약속을 지켜 나가겠다"고 했고, 지난 3일에는 지난달 중단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의 대화 재개를 선언했다.

미국도 그동안의 대북 강경 입장을 누그러뜨리고 있다.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은 "북한의 체제를 인정한다"고 밝히기도 했고, 행정부는 대북 중유 지원 예산을 의회에 신청했다.

이에 따라 북·미 대화는 시기 선택만 남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조만간 본격적인 대화가 성사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북한이 남한과의 당국 간 대화와 이달 말부터 시작되는 아리랑 축전(대집단체조와 공연)에 전념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본의 스즈키 노리유키 라디오프레스 이사는 "북·미 간 본격 대화는 아리랑 축전이 끝나고 나서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북한은 체제보장을 최우선 과제로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간 대화는 잭 프리처드 대북교섭 담당대사와 김계관 외무성 부상 간에 이뤄진 뒤 논의 결과에 따라 고위급으로 격상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북·미 대화가 곧 문제 해결이 아니라는 점이다. 북한의 핵·미사일을 비롯한 대량살상무기(WMD)는 간단히 매듭지어질 문제가 아닌 만큼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북·일 관계=적십자 회담을 축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양국은 이미 이 회담을 이달 중 재개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한 상태다. 쟁점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 의혹 문제다.

북한은 지난해 말 중지키로 했던 일본인 행방불명자 조사를 지난달 재개키로 한 만큼 이에 대해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일지가 향후 양국 관계의 관건이다. 북한은 납치 의혹을 받고 있는 여성 한명의 생존설을 외교 경로를 통해 일본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이 문제가 잘 풀리면 수교 교섭도 재개될 전망이다.

그러나 양측 간에는 북한 배로 추정되는 괴선박의 일본 영해 침범 사건이라는 암초가 있다. 이달 말 일본은 침몰한 괴선박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며, 경우에 따라서는 다음달 중 인양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양국 관계는 다시 급랭할 수 있고 남북, 북·미 관계에도 적잖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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