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바람 퀵 서비스 노인들이 더 빨라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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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나에게~도 아직까지 청춘은 있다~."

서울 중구 중림동에 사는 김기홍(金基泓·81)할아버지는 4일 오전 콧노래를 부르며 집을 나섰다. 전자부품 제조회사에 다니다 정년퇴직한 지 20여년 만에 새 직장이 생겼기 때문이다. 金씨가 출근하는 곳은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실버퀵'. 복지재단 '사랑의 전화'에서 지난달 6일 60~80대 노인 47명을 배달원으로 뽑아 만든 퀵서비스 회사다. 일자리를 간절히 원하는 노인들에게 직장을 만들어 주자는 취지에서 설립한 것이다.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일을 해야지.집에서 놀면 더 힘들어."

사랑의 전화 송수영(宋受映·27·여)사회복지사는 "지난 2월 한달간 '입사원서'를 들고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탑골·종묘공원 등지에서 홍보를 했다"며 "어르신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놀랐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노인 직원들은 오토바이 대신 지하철을 타고 서류·꽃·상품견본 등을 배달한다. 65세 이상은 지하철 요금이 무료라는 점에 착안한 것. 비용이 절감되는데다 도로가 막히는 시간에는 오히려 더 빠르다.

노인들이 열심이다 보니 고객들의 반응도 좋다. 성실하고 정확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처음에는 하루 서너건에 불과하던 배달주문이 한달 만에 하루 60여건으로 늘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박성례(朴成禮·47·여)씨는 "젊은 사람들이 꺼리는 먼거리 배달도 군말없이 척척 해낸다"며 감탄했다. 이들 노인배달원의 전직(前職)은 교사·공무원·자영업자·환경미화원 등으로 다양하다. 나이가 가장 어린 최명수(崔明洙·63·서울 영등포구 문래동)할머니는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선생님 출신이다.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영업을 하는 실버퀵의 요금은 건당 7천~1만원이다. 이 회사는 노인들에게 지급되는 급여를 제외한 나머지 수익금은 전액 소년소녀가장·혼자 사는 노인 등 이웃을 돕는 데 쓸 계획이다.

사랑의 전화 심철호(沈哲湖·63)회장은 "고령화 사회를 맞아 노인들도 일자리를 가져야 한다"며 "앞으로 노인 대상의 직업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02-6261-6000.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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