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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P2P'에 떤다 <파일공유 서비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5면

할리우드로선 영 신경 쓰이는 일이 하나 생겨났다. 세계 음반업계를 곤경에 빠뜨린 인터넷 파일공유(P2P)서비스가 영화로도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3월 29일자)에서 초고속 정보통신망 확산 등으로 영화파일을 내려받기가 쉬워지면서 할리우드가 상당한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정보기술(IT)컨설팅업체인 바이언트에 따르면 라임와이어나 뫼페우스 등 영화전문 P2P서비스 사이트나 인터넷 채팅방을 통해 하루 30만~50만편의 영화가 다운로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2월 냅스터가 폐쇄되기 전 하루 1억곡의 음악이 다운로드된 것과 비교하면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아직은 영화를 컴퓨터 파일로 변환시키는 압축기술이 걸음마 단계인데다 영화파일은 음악에 비해 용량이 커 다운로드에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고속 정보통신망 확충과 새로운 파일 압축기술의 발달로 영화파일 공유는 빠르게 번져나갈 전망이다. 할리우드도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월트 디즈니의 마이클 아이스너 회장은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지난 2월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 자사가 만든 '몬스터 주식회사'를 인터넷으로 내려받는 시범을 보였다. 그리고 그는 법제화를 통해 이같은 불법행위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할리우드의 주요 영화사들은 2000년에 영화 한편 제작에 평균 5천5백만달러(약 7백40억원), 마케팅비로 2천7백만달러(약 3백60억원)를 썼다. 그런데 영화수입의 80% 가량은 극장 개봉 이후 비디오 출시나 TV판권 계약 등을 통해 회수한다. 이런 상황에서 새 영화를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 수익에 치명상을 입게 된다. "인터넷을 통한 영화파일 공유는 절도보다 나쁜 짓"이라는 리처드 파슨스 AOL 타임워너 회장의 말은 영화업계의 절박한 심정을 담고 있다.

영화업계의 대응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불법복제 차단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디지털 TV 녹화기기의 판매를 금지시키고, 컴퓨터에 불법복제 방지시스템 장착을 의무화하는 법을 만드는 일이다. 그러나 IT업체들이 반대하고 있어 법제화가 쉽지 않다.

둘째는 인터넷으로 합법적인 제품을 공급해 불법복제 수요를 줄이는 방안이다. 소니·패러마운트·유니버설·워너브러더스·MGM 등 할리우드 5대 영화사는 올해 말까지 최신 영화 등을 유료로 내려받을 수 있는 무비링크닷컴(movielink.com)사이트를 개설할 예정이다. 그러나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 다운받은 영화를 DVD로 굽거나 TV 등 다른 기기로 볼 수 없으며, 공유도 안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으로 영화 내려받기가 확산하면 네티즌들과 영화사들 간에 한판 싸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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