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대신 꽃피는 12월…전국 이상 고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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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해안과 남해안에서 김 양식을 하는 어민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바닷물 온도가 김 양식에 적당한 수준(5~6도)보다 평균 3~4도 이상 높아 김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눈없는 눈썰매장'이 10일 서울 잠실 주경기장 앞에 등장했다. 날이 푸근해 인공설조차 뿌리지 못하자 바닥에 얼음을 깔고 있다.[양영석 대학생 사진기자]

기온이 높아지면 김은 녹아내리거나 누렇게 떠 상품성이 떨어진다. 국내 최대 김 생산지인 전남 완도.해남.신안군 주민들도 초조하다. 어민 김영철(58.전남 완도군)씨는 "12월 평균기온이 예년보다 10도가량 높다"면서 "고온 현상이 앞으로 열흘 이상 계속되면 양식장에 병이 퍼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초겨울이 사라졌다. 11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 늦가을 수준의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전국에서 갖가지 기(奇)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겨울철 어류인 빙어가 안 잡히고(충북 대청호) 난데없이 모기 떼가 극성을 부리는가 하면(제주시), 거리 곳곳에서 개나리.진달래가 피고(부산)….

포근한 겨울은 식중독이나 세균성 이질 등 '여름형' 질병의 발생을 부추겼다. 올해 11월부터 이달 10일까지 790여명의 식중독 환자가 생겼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70여명이었다.

"크리스마스 성수기에 스키장의 절반이라도 열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강원도 용평리조트 김종해 스포츠사업팀장은 "추위가 실종되면서 슬로프를 관리하기 어렵고 고객도 줄어들어 슬로프 28개 중 5개만 개장한 상태"라고 걱정했다.

업계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겨울철 의류와 히터 등의 매출은 뚝 떨어진 반면 빙과류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늘었다. 비닐하우스에서 꽃을 키우는 농민들은 난방비가 줄어들어 즐거워하고 있다.

1~15일 서울의 평균 최저기온은 예년(영하 2.3도)에 비해 4.4도나 높은 2.1도였다. 부산은 예년에 비해 3.4도가 높았으며 대구는 3.3도, 광주 3.1도 높았다.

서울의 경우 이달 초순(1~10일) 평균기온은 1968년 이후 가장 높은 6.4도를 기록했다. 또 지난 11월에는 최저기온이 영하권으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이달 들어 15일까지 영하로 내려간 날도 4일에 불과했다. 지난해는 11월 한 달 동안에 4일, 12월 15일까지는 11일이었다.

16일 아침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상 1도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도 예년에 비하면 4도나 높은 기온이다. 또 지난 3일 인천의 낮 최고기온은 17.5도까지 올라갔다. 평년에 비해 무려 11.3도나 높았다. 이 지역에서 기상을 관측한 1904년 이래 12월 최고 기온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평양에서 발달한 엘니뇨(남미 적도 부근의 갑작스러운 수온 상승)로 인해 찬 시베리아 고기압의 세력이 약해져 올 겨울이 포근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현옥 기자, 전국팀
사진=양영석 대학생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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