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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大게이트 몸통 서로 얽혀있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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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수동(守東)전 아태재단 상임이사와 김재환(金在桓)전 MCI코리아 회장 등이 이용호(容湖)·진승현(陳承鉉)·정현준(鄭炫埈)게이트에 2중으로 연루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들 게이트의 몸통이 하나가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들 3대 게이트는 1999~2000년 벤처 열풍을 타고 정·관계 유력 인사들의 비호 속에 벌어진 주가조작과 횡령 등 금융비리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사건 성격으로 보아 벤처 붐을 이용해 돈을 챙기려는 사람들과 이들을 비호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생관계를 형성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며, 최근 권력핵심부 측근 인물들이 연관된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 주목된다.

◇김재환씨=검찰은 2일 귀국한 김재환씨를 상대로 조사를 벌인 결과 金씨가 2000년 6월 H투자자문 모씨의 소개로 정현준씨 회사인 한국디지탈라인(KDL)부회장으로 영입된 사실을 확인했다.

金씨는 한달 뒤인 2000년 7월에는 김은성(金銀星)전 국정원 2차장과 정성홍(丁聖弘) 전 국정원 경제과장의 소개로 陳씨의 MCI코리아 회장에 취임해 2000년 9월 陳씨가 검찰의 수배를 받자 陳씨의 구명 로비를 맡았다.

그러나 金씨가 비슷한 시기 2천억원대의 불법대출 혐의로 구속된 정현준씨를 위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밝혀진 것이 없다.

진승현·정현준 게이트는 상호신용금고를 발판으로 삼아 기업인수와 주가조작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유사하며 김재환씨와 친한 국정원 金전차장이 동일한 로비 대상으로 등장했다.

당시 권력 실세들에게 로비를 펼쳤다는 의혹도 같다. 정현준씨는 인터넷 지주회사인 디지탈홀딩스와 평창정보통신 주식으로 사설펀드를 만들어 정·관계 로비를 펼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진승현씨의 경우 정성홍 전 과장과 함께 2000년 4·13 총선 당시 목포를 방문해 민주당 김홍일(金弘一)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하려 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수동씨=2000년 3월 금감원 로비 대가로 G&G회장 이용호씨에게 5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던 이수동씨는 2000년 6월에는 평창종합건설 모 회장을 통해 계열사인 평창정보통신 주식을 5천만원어치 매입했다 주가가 폭락하자 같은해 9~12월 월 2%의 이자를 붙여 투자금을 되돌려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평창종합건설은 2000년 초 평창정보통신 주식 2백만주를 담보로 잡히고 정현준씨의 동방금고로부터 70억원을 빌리면서 관계를 맺어오다 2000년 8월에는 정현준씨를 평창정보통신 지배인으로 선임하고 동업관계를 맺기도 했다.

평창종합건설은 또 김홍업(金弘業)아태재단 부이사장의 ROTC 동기로 아태재단과 자금거래가 빈번했던 김성환씨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2000년 정현준 게이트 당시 이수동씨와 아태재단 관계자들이 어떤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2000년 말 서울지검 특수2부의 수사에서는 평창종합건설은 정현준씨에게 사기를 당한 것으로 결론이 났고, 정현준씨의 사설펀드 조성 여부는 확인되지 않아 정현준 사건을 재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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