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 천왕봉에 보름달 떠오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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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대웅전 뒤편으로 음력 14일 달이 떠오른다. 사위는 고요하고 월출산 구정봉에서 내려오는 한줄기 바람만이 대숲을 흔들며 '영암 아리랑'을 연주한다. 뜨락에는 검무(劍舞)·바라춤·승무·선비춤 등 우리 춤사위 한마당이 펼쳐진다. 피리 독주가 은은하게 울려퍼지자 달빛도 숨죽이고 관람객 머리 위로 살며시 내려와 앉는다.

음력으로 매월 보름 전야에 전남 영암군 군서면 도갑사 대웅전 앞마당에서는 '달맞이 공연'이 펼쳐진다. 이 행사는 나선화(53·이화여대 박물관)교수가 지난해 추석 때 처음 기획했었다.

당시 국제교류재단은 세계 각국의 박물관 큐레이터를 초청해 워크숍을 개최했다. 나교수는 가장 한국적인 것을 보여주기 위해 영암으로 불렀고 도갑사 주지 범각 스님의 양해를 얻어 추석 전날 한시간짜리 국악 이벤트를 마련했다.

주제는 '법성계(法性界)의 북소리'. 대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국악의 참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법고(法鼓)로 시작해 승무(僧舞)로 끝마쳤다. 그리고 큰 인기를 얻자 매달 도갑사 앞마당에서 남도의 춤, 가야금과 대금 연주, 판소리, 사물놀이 등 주제를 달리해 행사를 이어왔다. 지난달 27일에는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활동하는 푸른버들 민예원 무용단과 사물놀이패가 공연을 했다.

이달 26일(음력 3월 14일)에는 인천국제공항 개항식에 참가했던 '타오(Tao)'와 인간 문화재 성창순씨를 초청해 '북소리와 판소리'를 주제로 달맞이공연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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