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중국 대학생들이‘중국은 한번도 다른 나라 침략한 적 없다’고 믿는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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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중국 읽어주는 남자
박근형 지음, 명진출판
255쪽, 1만4000원

중국 대학생들이‘중국은 한번도 다른 나라 침략한 적 없다’고 믿는 까닭은

“중국은 한번도 다른 나라를 침략한 적이 없어요.” 수 양제와 당 태종의 침략 등 중국으로부터 수많은 침탈을 당한 경험이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들으면 분통을 터뜨릴 만한 말이다. 하지만 중국 대학생들 중 상당수는 이렇게 얘기한다고 한다. 심지어 1979년 중국군 20만 명이 베트남을 침략한 중·월전쟁에 대해서도 베트남이 먼저 도발한 것으로 알고 있는 중국인들이 많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중국인의 이같은 역사인식이 잘못된 중국의 교육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중국 역사가들조차 ‘베트남 침공 ’대신 ‘베트남 원정’이란 용어를 쓴다는 것이다. 또 ‘고구려 침략’도 ‘고구려 정벌’이라고 쓴다. 중국 입장에선 원정이고 정벌이지, 침략이 아니라는 논리다. 한족(漢族)이 세계의 중심이고 나머지 변방은 오랑캐라는 중화(中華)사관이 현재의 중국에도 이어져 오고 있다는 증거다. 저자는 중국인의 자기중심적 역사관은 ‘정신 승리법’이란 한족의 특성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중국은 한족의 나라다. 전체 인구의 92%가 한족이다. 이들은 역사적으로 끊임 없이 외국에게 정복당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범위를 넓혀왔다. 이 과정에서 “내가 이긴 것은 이긴 것이고 내가 진 것도 진 것이 아니다”는 주관적인 역사관이 민족성으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한족의 또 하나 중요한 특징은 돈을 종교처럼 받든다는 것이다. 세계 최초의 지폐와 상업광고가 중국에서 나온 것도 우연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한족의 특성이 중국 경제를 발전시켰지만 문제도 많다. ‘나와 내 가족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이기주의는 빈부 격차를 키웠다. 부정부패도 극심하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 경제는 이미 중국과 너무 깊게 관련돼 있음을 지적하고 한족의 문화와 사고를 이해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이 책은 5년 동안 중국 쓰촨(四川)대학에서 중국 근현대사와 티베트 역사를 공부한 지은이가 현지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문화의 속살을 담아낸 것이다. 주간지 기자 출신다운 색다른 시각과 매끄러운 글솜씨가 돋보이는 중국문화 스케치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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