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도·온도 조절… 정서적 안정감 아낌없이 주는 나무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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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일제 강점기까지 우리의 주거형태는 나무와 황토로 이루어진 친환경 주택이었다. 우리의 주거문화가 일시에 바뀌게 된 것은 견고하고 싼 데다 짓기 쉬운 콘크리트가 1960년대 대중화하면서부터다. 나무 주택이 인간의 건강과 정서에 미치는 영향은 콘크리트 건물에 견주기 어렵다. 4월 5일 식목일을 맞아 임업연구원 이동흡 박사의 도움말로 나무 주택과 건강 효과에 대해 알아본다.

나무집이 좋은 것은 인간의 생체환경에 가장 좋은 조건을 제공하기 때문. 습도·온도와 같은 기후 조절 기능은 물론 소음 차단, 피로 감소, 정서적인 안정을 준다.

임신한 쥐에 대한 연구는 목재 주택의 우월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연구팀은 목재와 콘크리트·알루미늄 상자에 각각 쥐를 넣고 총 출산 98회의 임신·출산·보육 상태를 관찰했다. 그 결과 나무상자에서 기른 쥐는 정상적인 출산 패턴을 보였지만 콘크리트와 알루미늄 상자에서 기른 쥐는 20회나 자기 새끼를 잡아먹는 현상을 보였다.

온도·습도의 변화가 스트레스를 준 데다 생체와 맞지 않는 부적절한 환경이 어미쥐에게 스트레스를 준 것으로 해석된다.

일반적으로 나무는 공기의 80배에 이르는 수분 함유 능력이 있다. 따라서 습기가 많으면 흡수했다가 건조하면 내뿜는 식으로 사람이 쾌적하게 느끼는 60~70%의 습도를 유지해 준다.

나무집의 또 다른 강점은 정서적 안정. 소음은 차단하고, 정서를 안정시키는 초고음역의 α파를 통과시킨다. 폭포 소리나 파도소리가 시끄럽지 않고 마음의 평안을 주는 것은 이러한 초고음역 소리 때문. 콘크리트 벽은 소음은 반사시키고, 초고음역의 소리는 차단해 정서에 좋지 않다는 것이다.

피부 접촉에 따른 피로도 무시할 수 없다.마루바닥과 카펫, 염화비닐로 된 장판, 콘크리트에서 걷게 한 뒤 생리적 부담과 피로도를 조사한 결과 목재의 신체부담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목재의 미량 성분이 직접 인체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나무 대패밥 속에 쥐를 사육시키고 5일 뒤 쥐의 간을 꺼내 화학물질 대사(代謝)능력을 보여주는 치토크롬을 조사했더니 29% 정도 약물 대사 능력이 높아졌다는 것.

콘크리트는 실내환경 오염물질인 방사선 라돈을 공기 중에 방출한다. 유럽의 경우 폐암 발생의 1~2%가 콘크리트 때문이라는 보고도 있을 정도. 라돈 농도는 시멘트를 주 원료로 하는 슬레이트가 1천㏃/㎥며, 석고보드 6백, 콘크리트 블록 1백60, 합판이나 목재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콘크리트 집에 살고 있는 우리 실정에서 나무집을 구하기란 쉽지않다. 목조 주택의 건강효과를 신봉하는 일본의 경우만 해도 1년에 20만채의 나무집을 짓지만 우리나라는 1천5백채 증가하는데 그친다.

이박사는 "콘크리트 집이라도 집안에 나무 가구를 들여놓고, 벽·마루 등 마감재를 나무로 바꾸면 상당한 건강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단 나무 표면을 도장(塗裝)하면 습도 조절기능이 없어지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그는 또 "국내 주택목재의 자급률이 6%에 불과하지만 식물 대부분을 구성하는 셀룰로오스·헤미 셀룰로오스·리그닌을 뽑아내 인공목재를 만드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몇년내 나무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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