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 커피처럼 편안히 듣는 플루트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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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카페 오레는 프랑스인들이 아침 식사 때 크로아상에 곁들여 마시는 밀크 커피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태생의 신예 플루티스트 샤론 베잘리(30·사진(左))가 내놓은 음반'카페 오레'(BIS)는 스웨덴 출신 피아니스트 롤란드 폰티넨과 파리의 한 카페에 앉아 카페 오레를 마시는 커버 사진이 인상적이다. '카페 오레'는 19세기말 프랑스 작곡가들이 플루트 독주를 위해 쓴 환상곡을 중심으로 엮은 음반이다.

도플러의 '헝가리 전원 환상곡', 포레의 '시실리엔''환상곡', 타파넬의 '전원풍의 안단테와 스케르체티노'등 잘 알려진 곡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조르주 에네스쿠의 '칸타빌레와 프레스토', 찰스 그리피스의 '포엠', 페루치오 부조니의 '앨범', 필립 고베르의 '환상곡', 노블로의'멜로디' 등 낯선 작품들도 끼여있다. 대부분 2~6분짜리의 소품들이어서 카페 오레를 마시듯 편안하게 들을 수 있다.

베잘리의 플루트 연주를 듣노라면 봄날 아침 자유롭게 창공을 날아오르는 한 마리의 새, 탁트인 전원의 상쾌함이 떠오른다.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 마음껏 나래를 펼 수 있도록 상상력을 일깨워준다. 명쾌하면서도 꿈꾸는 듯한 몽상의 세계까지 안겨준다. 단련된 자연스러운 호흡에 내맡기는 선율이 일품이다.

베잘리는 파리 음악원에서 장 피에르 랑팔, 알랭 마리옹 교수를 사사했으며 졸업 후 헝가리 바이올리니스트 산도르 베흐가 지휘하는 카메라타 아카데미카 잘츠부르크의 수석주자로 활동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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