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막내린 KBS 드라마 '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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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제작진도 놀란 '학교'의 성공=학교는 초·중·고교생과 학부모, 교사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학교 안팎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학생들은 "내 얘기다"라며 맞장구쳤고, 학부모와 교사들은 청소년을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시청률이 10% 정도에 그쳤지만 학생들 사이에는 이를 보지 않으면 얘기가 통하지 않아 '왕따 당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렸다.종영이 결정되자 홈페이지에는 하루 수백건씩 "아쉽다""언제 다시 시작하느냐"는 글들이 쏟아지기도 했다.

엄기백 책임 PD는 "지상파에서 시트콤을 빼고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 드라마가 '학교'뿐이었다"며 "시청자는 파격적인 내용을 다룬 '학교'를 보며 충격을 받거나 감동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학교의 성공은 무엇보다 극적 사실감에 기인한다. 선생님이 뺨을 때리자 학생이 휴대전화로 파출소에 신고하는 장면 등 체벌·교내 폭력·교사의 과중한 업무 등 학교 안에서의 갖가지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다뤘다.

한편 반항기 어린 청춘 스타들의 모습이 많은 여성 팬을 사로잡았다. 학생들의 TV 시청이 다소 자유로운 일요일 저녁 황금 시간대에 편성한 전략도 주효했다.

◇직설법으로 풀어낸 학교 이야기=단발 미니 시리즈로 기획했던 '학교Ⅰ'은 학교를 뛰쳐나온 반항아들의 고민과 이들을 학교로 다시 돌아오게 하려는 교사와 친구들의 노력을 사실감있게 그렸다. 예기치 못한 학교의 성공으로 '학교Ⅱ'는 주말 시간대에 고정 드라마로 자리잡았다. '학교Ⅰ'은 남학생 폭력 조직에, '학교Ⅱ'는 여학생 폭력 조직에 초점을 맞췄다.

기존의 시리즈가 빈부차·사학 비리·명예 퇴직 등의 문제점을 제기했다면 '학교Ⅲ'는 학생들의 삶과 밀착된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남학생과 여학생간의 사랑, 선생님에 대한 연정, 입시 스트레스 등 우리 주변에서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법한 주제를 깔끔하고 재미있게 풀어나갔다.

그러나 '학교Ⅳ'는 전편과 달리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예고(藝高) 이야기는 거리감이 느껴졌고 소재도 기존의 것을 답습하는 수준이었다. 결국 소재 빈곤이라는 벽에 부닥친 제작진은 학교 시리즈 종영이라는 단안을 내렸다.

◇스타의 산실=장혁·최강희·배두나·안재모(학교Ⅰ), 이요원·하지원(학교Ⅱ), 조인성·박광현(학교Ⅲ), 이유리(학교Ⅳ) 모두 '학교'에서 배출한 걸출한 신세대 스타들이다. 모두 공개 오디션을 거쳐 발탁, 검증되지 않은 신인급 연기자들을 주연으로 내세웠다.

'학교Ⅳ'를 연출한 정해룡 PD는 "에피소드마다 드라마·코미디·호러·미스터리 등 다양한 시도를 했기 때문에 연기자들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며 "학교를 마치면 스타가 된다는 속설이 검증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9일 여의도의 한 허름한 삼결살 집에서 벌어진 쫑파티에서 제작진과 배우들은 함께 눈물을 흘렸다.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고 달려온 '학교'의 조용한 '폐교'가 서러웠던 탓이리라. 그러나 이들의 노력과 열정만큼은 어딘가 남아 있을 것이다.

박지영 기자

'학교'가 문을 닫았다. 1999년 2월 시작된 '학교Ⅰ'부터 지난달 31일 막을 내린 '학교Ⅳ'까지 장장 3년간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학교 시리즈는 기존의 계도성 청소년 드라마와 달리 사실적인 접근으로 이 땅의 청소년들의 대변인 역할을 해왔다. 한편으로 장혁·배두나·조인성 등 신세대 스타들을 배출해낸 '연기 사관학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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