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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바다 속 500m 치솟는 메탄가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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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메탄가스가 높이 500m의 거대한 분수를 이루며 바닷속 수십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 발견됐다.


러시아 오호츠크해에서 높이 500m의 메탄가스 분수가 대규모로 발견돼 국제적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그림은 바다 속 분출 장면을 그래픽화한 장면.

메탄 가스 분수가 무리를 지어 있는 곳은 러시아 오호츠크해의 해저.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가 러시아.일본.독일.벨기에 등 국제 공동연구팀과 함께 찾아냈다. 오호츠크해 중에서 수심 800m 내외인 수역 곳곳에 이처럼 거대한 메탄가스 분수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 이들 국제공동연구팀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메탄가스 분수는 키가 작은 것은 300m, 큰 것은 600m에 이른다.


이처럼 대규모로 발견된 메탄가스 분수는 에너지.기후 연구가들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메탄가스 분수 지대 주변에 막대한 메탄가스를 만들 수 있는 얼음 형태의 고체 메탄(가스수화물이라고도 함)이 분포되어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메탄가스 분수 주변에 매장된 고체 메탄의 양만 한국에서 25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며,그 주변에는 이보다 수백배 많은 고체 메탄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잘만 캐내면 인류는 에너지 고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동해에도 많이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정부에서도 내년부터 심층적인 탐사에 나설 계획이다.

고체 메탄은 깊은 바다에 있을 때는 얼음 형태의 고체로,공기 중에 나오면 즉시 메탄 가스로 변하게 된다. 1㎥의 고체 메탄은 164㎥ 메탄 가스를 만든다. 어마어마하게 확장된다. 메탄을 태우면 이산화탄소와 물만 만들어낼 뿐 다른 오염 물질은 없다. 석유나 석탄에 비해 이산화탄소의 배출량도 적다. 비교적 깨끗한 에너지인 셈이다. 그러나 메탄가스가 그냥 대기 중으로 방출되면 이산화탄소보다 지구 온실 효과를 20배 정도 더 높인다.

얼마나 잘 캐 연료화하느냐가 중요한 이유이다.

기후 측면에서 보면 이처럼 메탄 가스가 거대한 분수를 이루면서 솟구쳐 오르면 상당수는 물에 녹지 않고 대기 중으로 퍼질 가능성이 크다. 지구 온실 효과를 크게 높이는 주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룡의 멸망 원인 중 하나가 이처럼 바닷속 고체 메탄이 단기간 대량으로 방출된 때문이라는 학설도 나와 있다.

현재 전 세계에 퍼져 있는 고체 메탄 광맥은 50여곳에 이른다. 만약 지구 곳곳에 있는 이런 고체 메탄이 지각 변동 등으로 갑자기 동시다발적으로 가스로 변해 솟구쳐 오르면 지구는 기후 재앙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극지연구소 극지응용연구부 진영근 박사는 "세계적으로 이처럼 메탄가스 분수가 대량으로 발견된 적은 없다"며 "분수처럼 솟구쳐 오르는 메탄가스가 물에 어느 정도 녹고,공기 중으로 퍼져나간 것은 얼마인지 연구를 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바닷속 고체 메탄은 1990년대에 들어서야 그 실체가 확인됐다. 이 때문에 고체 메탄이 전 세계에 어느 정도 묻혀 있는지 모르며,어떻게 채굴할 수 있는지 등 관련 기술도 제대로 개발되지 않고 있다. 온도나 주변 압력에 아주 민감하기 때문에 다루기가 까다로운 것도 하나의 이유다. 자칫 고체 메탄 광맥을 잘못 건드려 메탄가스가 폭발적으로 분출된다든가 하면 큰 일이다.

고체 메탄의 채굴이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고체 메탄이 석유처럼 한 곳에 집중적으로 매장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경제성이 좋지 않은 것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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